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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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26면

경제활동의 3요소는 생산·소비·분배다. 과거 물건이 귀하던 시절에는 생산이 문제였다. 다들 먹고살 만해지자 이번엔 분배가 중요해졌다. 경기가 침체기에 진입한 지금은 소비가 문제다. 소비가 살아나야 경제가 살아난다. 세계가 미국의 소비 동향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소비자 마음 비추는 거울, 경기 앞날 족집게

미국민들의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가 있다. 이 대학의 소비자조사센터에서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만든다. 설문 내용은 현재 가계의 재무상황, 1년 후 예상되는 가계의 재무상황, 1년 후 예상되는 경기상황, 향후 5년 동안 예상되는 경기상황, 구매계획 등 5개로 구성된다. 매월 두 번째 금요일에는 잠정치를, 네 번째 금요일에는 잠정치를 집계할 때보다 2배가량 많은 약 500가구를 대상으로 확정치를 발표한다. 1966년 100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미시간대가 소비자신뢰지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이 학교의 위치가 한몫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는 미국 자동차 ‘빅3’(포드·GM·크라이슬러)의 본사가 있다. 이들 자동차 업체는 소비자들의 신차 수요를 파악해 생산과 재고를 조절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가까이 있는 미시간대에 예비 구매자들의 소비심리 조사를 의뢰하면서 집계가 시작됐다.

이 지수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0년 들어서면서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를 가장 잘 예측한 지표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끌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콘퍼런스 보드가 경기선행지수를 산출할 때도 자기네 소비자신뢰지수가 아닌 미시간대 지수를 쓴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둔화 시기를 꽤 잘 예측해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설 때 유용한 지표로 쓰인다.

13일 발표된 2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잠정치)는 56.2를 기록해 월가의 예상(61)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28년 만의 최저치(55.3)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60.1)과 1월(61.2)에는 두 달 연속 상승했었다. 1982년 이후 가장 긴 침체로 357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경기 한파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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