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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쉽게, 즐겁게, 날렵하게 요즘 말로 풀어쓴 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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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
신정근 옮기고 풀어씀, 사계절, 824쪽, 2만9800원

“공자의 키가 2m 넘는 특이한 몸을 지니게 된 것도 거구의 무인 아버지 숙량흘의 피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숙량흘은 70세가 되어서야 곡부의 무당 집안의 새악시 안씨녀(顔氏女)와 결합한다.”

며칠 전 ‘도올 고함’(본보 2월12일자)은 사마천 『사기』를 인용해 공자 탄생의 비밀을 전했다. 신세대 논어 해설서 이 책 역시 이렇게 말한다. “할아버지뻘의 아버지와 누나뻘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공자는 요즘 말로 결손가정 출신이라고…. 그의 아버지는 짱구머리(튀어나온 뒤통수 때문에 언덕 구(丘)자 이름이 붙었다) 공자가 세 살 때 돌아가셨다.

여기가 포인트다. 가난과 고립 속에서 태어난 공자가 “기울어져가는 세상의 어버이가 되기”를 원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 하나 공자는 우리 시대의 보통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네티즌과, 춘추전국 시대 공자의 성장환경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물론 『논어』와 공자에 대한 낯가림을 지워주려는 장치다. 나올 것이 나왔다는 생각부터 든다.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가 쓴 이 신간은 날렵하다. 제목대로 ‘유쾌한 논어’이지만, 헐거운 논어는 아니다. 도올이 20여 년 전에 말했던 완전 번역(동시대 언어로 옮기는 것)에 도전했다는 게 그 증거다.

옛날 어휘인 인(仁)은 ‘평화를 일구는 사람’ ‘사랑’등으로 옮겼다. 도(道)는 ‘길’ 혹은 ‘큰길’로 바꿔준다. 파격이지만 읽다 보면 생각만큼 생경하지 않다. 이런 식이다. “자공이 물었다. 선생님, 한평생 내내 자신을 이끌어갈 만한 한마디가 뭡니까?” 공 선생님이 대꾸했다. “그건 바로 관용의 원칙이지!” 그 유명한 ‘기서호(其恕乎)’는 지금까지 ‘용서’ ‘용서해줌’ 등으로 옮겨졌으나 이번에는 아예 똘레랑스 개념으로 바꿔준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다. 지금까지 논어에 도전했다가 몇 십 쪽 읽은 뒤 책을 덮기 일쑤였던 사람을 위한 배려인데, 주제 분류에 엄청 신경 썼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 ‘학문’에 관련된 것만을 읽고 싶다면 그것만 골라 읽게 만들었다. 공자의 말씀을 담아놓은 『논어』는 체계적인 서술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으려 할 경우 머리에 쥐가 나게 돼 있다. 그 점을 감안한 것인데, 논어 읽기의 의미있는 혁명으로 평가받을 대목이다. 당연히 강추!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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