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괜찮아” 주눅 든 마음 안아주는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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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키가 작아도 괜찮아
유효진 글, 지영이 그림, 아이앤북, 124쪽, 8000원

못해도 괜찮아
나스 마사모트 글, 하타 고시로 그림
양선하 옮김, 가문비어린이, 192쪽, 8900원

 아이들도 “괜찮다”는 말에 목마른 세상이다. 공부 , 외모 , 인기 … 경쟁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어른들은 늘 “잘하라”고만 몰아세운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동심은 쪼그라든다.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는 목소리를 동화 속에서라도 듣게 돼 다행이다.

『키가 작아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꼬맹이’ 다우다. 키가 너무 작아 1년 늦게 학교에 갔지만 ‘1번’ 신세를 못 면했다. 다우는 물도 맘대로 못 마신다. 엄마가 꼭 물 대신 우유를 마시라고 했기 때문이다. 뱅어포를 간식으로 먹어야 하고, 반찬은 매일 멸치에 꽁치다. 성장발육에 좋은 운동을 하러 댄스학원도 다닌다. ‘키에서 벗어나고 싶어. 제발, 제발.’ 다우는 끊임없이 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식구들과 친구들이 원망스럽다.

『못해도 괜찮아』는 평범한 초등 5학년생 요스케의 이야기다. 요스케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체육이다. 성적은 그럭저럭 중간 정도는 되는데, 달리기는 늘 꼴등이다. 오래 달리기 대회를 앞두고 요스케는 감기 작전까지 써봤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 “감기의 신한테서도 버림을 받은 모양” 이라며 요스케는 자포자기한 다.

다우의 고민은 자기보다 키가 더 작은데도 밝고 당당한 전학생 새이를 만나면서 훨씬 작아졌다. 키가 작아도 사는 게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요스케는 달리기 대회에서 또 뒤처졌다. “요스케, 힘내!”“요스케, 힘내!”란 응원 소리에도 요스케는 쓰러질 것 같았다. 그 때 어디선가 “너무 힘내지 않아도 돼”란 목소리가 들렸다. 번쩍, 요스케는 힘이 났다. 사람들에겐 다 청개구리 속성이 있는 걸까. “힘내지 않아도 돼”가 진정한 응원가로 들리는 일이 요스케만의 사례는 아닐 터다.

두 책 모두 초등생용이다. 하지만 “잘해라”“힘내라”란 말만 줄곧 주고받아온 어른에게도 분명 위로가 될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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