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동국제강,한보철강 공동인수 제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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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 부도후 6개월을 끌어오던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는 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의 공동 자산인수로 결말이 날 공산이 커졌다.

이에따라 이미 삼미 부도.기아 부도유예등으로 해체분해 상황에 처한 특수강 업계를 포함한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및 판도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포철.동국제강 컨소시엄은 채권단이 제시한 '주식인수' 가 아닌 '자산인수' 라는 새 방식을 내놓아 앞으로 인수방식과 인수금액 문제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유력한 인수물망에 올랐던 현대그룹은 포철의 인수방침이 알려진 뒤에도 "한보 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엔 전혀 변화가 없다" 며 "경제논리에 따라 한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종 정리했다" 고 말했다.

현대는 그러나 고로방식의 제출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종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 포철.동국제강, 왜 한보의 전격인수에 나섰나 = 향후 철강수급전망과 정부.금융권 입장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연간 80만의 철근을 생산해온 부산제강소를 올해말까지 포항으로 옮기면서 철근을 생산하는 별도 공장이 필요한 상태. 한보의 열연공장은 이미 완공.가동중이어서 인수와 동시에 생산.판매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한보 전체 인수는 자금동원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A지구의 철근.열연공장만 인수키로 했다는 것이 동국의 설명이다.

포철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생산해온 기업구조상 철근라인등은 적합치않아 이미 성공적인 가동 경험이 있는 코렉스설비등을 떠맡기로 했다는 것. 이들 두 회사는 정부.금융권등과 의견조율을 거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만제 (金滿堤) 포철회장이 지난 21일 갑자기 당진제철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것이나 다음달초 임창열 (林昌烈) 통산부장관이 포철의 코렉스설비를 현장순시키로 한 것등이 정부.포철간 교감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철로서는 이미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을 맡고 있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자칫 끝없이 끌려들어갈 가능성도 있어 차라리 현실가능한 인수조건을 찾아보자는 뜻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 정권 임기안에 이 문제를 매듭지을 필요가 있는 것도 중요한 배경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포철이 최근까지의 '인수불가'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인수하나 = 채권단이 포철.동국이 제시한 자산인수 방식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초점이다.

이는 포철.동국은 '주식인수방식' 으로 진행될 29일의 2차 입찰에는 참가하지 않고 채권단과 수의계약으로 인수협상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포철이 이 방식을 제의한 내면에는 한보가 자산보다 부채가 1조6천여억원이나 더 많아 자칫하면 빚갚기에 급급해 포철마저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철.동국은 특히 인수가격을 3조원 미만으로 대폭 낮춰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양사는 "3조원을 넘으면 도저히 경제성을 맞출 수가 없다" 고 말했다.

◇ 업계 반응 = 기존 철강업계는 "경제성 측면으로 볼 때 포철.동국의 인수방침은 이해할 수 없다" 는 반응이다.

한 철근업계 관계자는 "동국이 한보를 인수해 국내 철근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끌어올려 독점체제로 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며 "그러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설비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민병관.박의준.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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