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빙속형제’ “올림픽 폐막식 꼭 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스피드스케이팅은 동계종목의 기본으로 불린다.

그러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여태껏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첫 메달도 늦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윤만이 은메달(1000m)을 딴 게 첫 메달이다. 그리고 14년 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5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 두 개의 메달이 전부다.

하지만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금빛 메달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빙속 형제’ 이규혁(31·사진下)과 이강석(24·上)이 세계 대회에서 수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량이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강석의 주종목 500m와 이규혁의 주종목 1000m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이강석은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2007년 3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m에서 34.25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규혁은 2007년과 2008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연이어 종합우승했다. 500m, 1000m를 두 번씩 달려 합산한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 명실상부하게 단거리 1인자를 가리는 대회 방식이다. 2009년에도 첫날까지는 1위를 달렸지만 둘째날 레이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실격 처리돼 대회 3연패가 아쉽게 무산됐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메달 획득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낙관했다. 이어 “500m의 경우 한·중·일 싸움이 예상된다. 현재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 중국의 류펭퉁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고 있어 이강석과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000m는 캐나다의 데니 모리슨과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 핀란드의 페카 코스켈러가 이규혁의 경쟁 상대다. 서로 기량 차이가 거의 없어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이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의 추억=지난 토리노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이강석은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패기에다 경험까지 쌓았기 때문에 기대도 크다. 그는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하면 메달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이강석(左)과 이규혁.

 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규혁은 이번이 다섯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지난 대회 때는 이강석이 버티고 있는 500m에 아예 출전하지 않았지만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500m와 1000m에 모두 도전한다. 2010년 서른두 살인 그에게 밴쿠버 올림픽은 마지막 도전이기에 작은 기회도 놓칠 수 없다. 그는 “최근 스프린트선수권에서 넘어지면서 액땜도 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때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해 중도 귀국했지만 이번에는 폐막식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