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수대교 참사 벌써 잊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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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더 이상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참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

안양 박달우회고가도로 교각균열사고를 접한 순간 시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슬며시 배신감과 함께 부아가 치밀어 치를 떨었다.

개통된지 20일밖에 안된 고가도로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만약 일찌감치 시민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부실시공의 실태는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1차 점검결과 교각의 철근과 콘크리트 모두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막중한 고가도로 상판의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8짜리 장대철근을 써야 하는데도 토막철근을 썼고, 그나마 보강작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배짱인가.

착공시기가 삼풍사고로 부실시공에 대한 경각심이 한창 높을 때였다고 하니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그들이 도대체 자격을 갖춘 건설업자인가.

시공과 감리도 문제지만 감독관청의 무신경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총체적인 안전 책임이 있는 안양시는 고가도로 개통식에서 "견실하게 시공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며 시공업체 현장소장에게 시장 표창장을 주었다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적당주의와 탁상행정의 극치다.

혹시 업자와의 결탁은 없었는지 사고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 일벌백계 (一罰百戒) 로 처벌해야 한다.

건설비용을 댄 죄밖에 없는 시민들이 언제까지 희생돼야 하는가.

입찰비리 운운하는 제도탓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시공자.감리자.감독자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고속철도를 만드는 사람들까지 콘크리트 대신 벽지를 발라 눈속임을 하는 현실에 대한 처방이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고속철도 부실시공을 공개하고 면직된 전이사장의 말을 가슴에 품자.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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