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할 일

이회창 (李會昌) 상임고문이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와 당대표로 선임됐다.

경선후보의 난립으로 인한 과열분위기와 선거운동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잡음으로 아슬아슬한 대목도 없지 않았으나 질서있고 공정한 전당대회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야당은 과거에도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적이 있으나 형식적인 선거절차를 통해 후보를 뽑아온 여당의 전력 (前歷) 을 감안하면 이번 전당대회는 큰 의미가 있다.

자유로운 후보등록 활동, 시.도별 합동연설회, 여당총재인 대통령의 중립자세등이 어우러져 여당초유의 실질적인 경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눈으로 볼 때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한국당 후보가 결정됨으로써 이제 3당의 후보가 모두 확정됐다.

따라서 각당간의 대선운동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선을 위한 준비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정치개혁입법을 하기로 돼 있는 이번 임시국회만 보더라도 신한국당의 경선으로 인해 전혀 가동이 안됐다.

신한국당과 李후보는 무엇보다 먼저 돈이 적게 들고 공정한 대선을 치르기 위한 각종 입법절차를 빨리 마무리짓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신한국당 경선만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선을 다시 치렀다가는 나라가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한보사태의 간접 연루자격이면서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여당이 그 와중에서 경선을 치르면서까지 과거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돈선거시비.인신공격.흑색선전.지역주의.줄세우기 등 과거의 악습들이 모두 되살아나 활개를 쳤다.

같은 식구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니 하물며 여야의 대결이 되면 그 정도가 어떨지 짐작이 간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공정하고도 깨끗한 대선의 게임규칙을 빨리 마련해 쓸데 없는 국력소모를 막아야 한다.

새로 선출된 이회창후보는 우리 현실에서 볼 때 여당의 후보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선때까지 당내와 정국전반의 문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를 보면 여당의 새 후보가 결정되면 권력의 중심이 점차 청와대에서 여당후보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결코 공정선거의 환경을 해쳐서는 안되지만 현실적으로 정권교체 시기의 임기말현상에 대해 여당후보로서 책임을 피할 길 없다.

그런 점에서 여당후보는 야당후보에 비해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높다.

李후보는 경선으로 야기된 당내의 갈등을 빨리 수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대선을 위한 전열정비라는 차원보다는 처음 가진 실질경선이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이러저러한 잡음이나 이탈자가 생긴다면 민주적 절차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는 아량을 갖고 포용하는 아름다운 민주전통을 세워주기 바란다.

李후보는 앞으로 국정운영에도 자연스럽게 일정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과거를 보면 이러한 과도기에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국정이 삐걱대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현직대통령이 대선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키도록 협조하면서도 국정이 표류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가는 것도 여당후보의 과제다.

신한국당의 경선으로 여권전체가 온통 경선에 매달려 국정이 표류하는 듯한 인상이 없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무엇보다 국정을 정상화해 선거운동과 별도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연이은 부도사태도 문제고 남북관계도 심상치 않다.

李후보는 정부가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李후보가 당대표로서 앞으로 당을 실질적으로 맡게 될 것이므로 여야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국회를 빨리 정상화시켜야 하며 대선규칙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여야가 대화로써 원만하게 풀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