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차 하준임·양효진 … 여자배구‘반란의 핵’요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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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자배구 하위권 팀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1~3라운드 2승(10패)에 그쳤던 도로공사는 4라운드 들어 흥국생명을 잡은 데 이어 8일엔 KT&G마저 3-0으로 완파했다. 최하위가 유력했던 도로공사는 3위 현대건설(8승10패)에 세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이번 시즌 KT&G에 밀려 4위를 맴돌던 현대건설도 최근 3연승을 거두며 3위로 올라섰다. 상승세의 두 팀을 들여다보면 각각 2년차인 하준임(도로공사·사진左)과 양효진(현대건설·이상 1m90cm·右)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배유나(GS칼텍스)에게 신인상을 내줬다. 저조한 팀 성적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2년째를 맞은 두 선수는 팀에 뭔가 바라는 대신 자신들 손으로 팀을 만들고 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다=하준임은 시련 속에 시즌을 맞았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도로공사는 하준임과 포지션(라이트)이 겹치는 황민경을 뽑았다. 시즌 개막 후 하준임은 후배에게 밀려 벤치 신세가 됐다.

박주점 도로공사 감독은 황민경의 수비력을 하준임의 공격력보다 높이 샀던 것. 하준임은 낙담하지 않고 배구공을 때렸다. 경기에서 뛰지 못한 시간을 훈련으로 채웠다.

황민경의 활약은 미미했다. 팀 성적도 바닥을 헤맸다. 박 감독은 3라운드부터 하준임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하준임 효과’가 나타났다.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잡은 지난달 31일 하준임은 밀라(36점)에 이어 두 번째 많은 16점을 뽑았다.

도로공사가 KT&G를 완파한 8일에도 하준임은 11점을 기록했다. 양팀 합쳐 국내 선수 중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이었다.

◆장소연-정대영 계보 잇는다=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빠져나간 정대영(GS칼텍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최하위에 그쳤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드래프트에서 센터 양효진을 뽑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신인선수 중 최다득점(308점) 선수였지만 위력은 정대영에 비할 게 못 됐다.

홍성진 현대건설 감독은 “체중만 더 붙으면 좋겠다”며 늘 아쉬워했다. 홍 감독의 지시에 따라 양효진은 체중을 5㎏ 늘렸다. 근력이 좋아지자 점프가 높아졌고, 속공과 블로킹에도 위력이 붙었다. 최근 3연승 동안 양효진은 외국인 선수 아우리를 능가했다. 연승 시작이던 1일 KT&G전에서 아우리(18점)보다 3점 적은 15점을 뽑았다.

5일 도로공사전에서는 아우리(13점)를 제치고 최다득점(18점)을 기록했다. 7일 흥국생명전에서는 팀 블로킹(8개)의 절반을 혼자 잡았다. 홍 감독이 “장소연-정대영을 잇는 선수”라고 칭찬한 것도 당연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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