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추동 고급맞춤복 컬렉션,세계정상급 디자이너 파리서 패션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사치일까, 아니면 예술일까' . 해마다 두번씩 오트쿠튀르 (고급맞춤복) 컬렉션이 열릴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이다.

지난주 파리에서 풍성한 관심과 화제속에 열렸던 '97 추동 (秋冬) 오트쿠튀르 컬렉션' 역시 그런 논란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닷새동안 각기 무한대의 상상력과 돈을 쏟아부은 옷들을 펼쳐보인 것. 오트쿠튀르 쇼야말로 디자이너들의 독창성이 가차없이 비교되는 장 (場) 이라는 점, 이 쇼의 성패가 이후 기성복.향수등 대중적인 장사의 성패로도 이어진다는 점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불꽃튀는 경쟁을 벌인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참가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먼저 '패션계의 낭만파 시인' 이라 불리는 존 갈리아노. 지난번 크리스찬 디오르의 컬렉션에서 마사이족 전사풍의 의상들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엔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에게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검정색 레이스 스타킹과 가터벨트가 드러난 초미니드레스의 모델들은 로트렉 그림속의 창부를 닮아 있다.

지방시의 컬렉션을 맡은 알렉산더 맥퀸은 '아이디어의 귀재' 답게 또 한차례 세상이 들썩거리고도 남을 기이한 (? ) 패션의 향연을 베풀었다.

공포스런 전설속에 등장하는 16세기 영국의 한 외과의사 실험실을 패션쇼의 무대로 설정한 것. 전세계로부터 미인들을 수집, 그들의 몸을 짜집기해 작품 (? ) 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외과의사처럼 맥퀸은 세계 각국의 패션을 조합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

한편 유럽중부에 있었다는 가공의 나라 루리타니아 왕국의 공주를 모티브로 삼은 장 폴 고티에나 바로크풍의 화려한 패션세계를 펼쳐놓은 크리스티앙 라크루아는 최근 영국 디자이너들에게 침범당한 프랑스 패션계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