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難局에 歲費를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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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 세비를 8.8% 인상하는 내년 예산안을 짜고 있다.

인상내역은 현재 1백80만원인 입법활동비를 2백35만원으로 올려 총세비를 6백78만6천원인 장관급과 같게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작년에도 똑같은 인상계획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대로 보류한바 있다.

올해는 분위기가 더욱 나쁜데도 똑같은 계획을 또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인상이 국민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지금 민간 기업이나 다른 공무원들의 임금 인상은 경제 살리기다 허리띠 죄기다 해서 동결 또는 명목상의 최소한 인상에 그치고 있다.

국회라고 이런 근검절약풍토를 거스를 이유는 없다.

또 돈 안쓰는 정치풍토를 조성하자는 국민적 합의아래 다방면에서 정치에 드는 비용을 줄여나가는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선거비용을 비롯한 정치자금지출이 가급적 공영제에 의존하거나 또는 국고로 귀속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의원세비는 인상한다는 것은 모순된 처사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선 의원에 대한 특전으로 인정되던 우편요금 지원도 앞으론 까다로운 조건을 붙인다.

경제사정이 한국보다 훨씬 잘 풀리는 일본에서도 내년도 공직자들의 임금 인상을 보류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상최대의 국제수지적자 행진을 2년 연속 경험하고 있는 한국에서 누구보다 민의를 잘 안다는 대의사 (代議士) 들이 이런 내외의 조류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세비 인상계획에 대한 거부반응의 제일 큰 원인은 개점휴업 (開店休業) 상태에 있는 국회, 비생산적 비효율적 의정활동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의원들에 대한 실망이다.

국회는 세비인상 전에 할 일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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