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진압은 합법…참사의 원인은 망루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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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1명을 포함, 사망자 6명을 낸 1월 20일 ‘용산 참사’와 관련해 농성자와 용역업체 직원 등 27명이 무더기 기소됐으나 검찰은 경찰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참사의 직접 원인은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의 불길이 시너로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망루의 화재라는 게 검찰 측의 발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본부장 정병두)는 9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 진압작전에 저항하며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이 죽거나 다치는 데 깊이 관여한 혐의로 김모(44)씨 등 농성자 5명을 구속기소하고 농성에 가담한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에겐 참사로 이어진 화재 발생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없으며 경찰 특공대를 동원한 작전 역시 적법하므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검찰 수사결과 지난달 20일 오전 7시19분께 경찰 특공대가 두 번째 망루에 진입하기 직전 농성자들이 망루 4층에서 계단과 벽면에 시너를 뿌렸고 경찰에 저항하기 위해 던진 화염병이 시너로 옮겨붙으면서 1층까지 불이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저항하며 화재 발생에 관여한 김씨 등 3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했고 망루 밖에서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진 조모(42)씨 2명에겐 치상의 책임을 물었다.

검찰은, 망루 화재에 관여하지 않고 농성 가담 정도가 비교적 약한 이모(39)씨 등 15명은 불구속기소하고 구속된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이충연씨와 치료 중인 농성자 등 6명에 대해선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누가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는지는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이들이 불을 고의로 지른 점도 인정하기 어려워 현존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농성자 전원이 현장에서 복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화염병 투척 등을 사전에 모의, 이를 실행에 옮긴 만큼 구체적 행위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뤄진 각종 범법행위에 대해 전원 공범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점거 농성으로 시민 피해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화염병 등 위험물질이 소진되기 기다리면 더 큰 공공의 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경찰특공대를 조기 투입한 조치를 불합리하고 위법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화재 발생은 시너와 화염병으로 저항한 농성자들의 책임으로, 경찰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진압 작전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참사 전날인 19일 오전 망루 설치를 방해하려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도록 지시한 H용역업체 본부장 허모(45)씨와 물을 직접 뿌린 이 회사 과장 정모(34)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참사 당일 새벽 1시부터 1시간 동안 참사가 난 남일당 건물 3층에서 폐자재를 태워 농성자를 겨냥해 유독가스를 올려 보낸 다른 H용역업체 직원 하모(43)씨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또“동영상 등 관련 자료로 볼 때 경찰 진압작전에 용역 직원이 동원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점거농성을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남경남 의장을 조만간 체포해 전철연의 조직적 개입 사실을 밝힐 계획이다. 나머지 농성 가담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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