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일거리> 제주도내 최고참 등대지기 이동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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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주의 관문 제주항이 내려다 보이는 제주시 사라봉기슭 등대에는 늙수그레한 얼굴의 등대지기가 있다.

40년간 등대지기를 천직으로 알고 일해온 이동윤 (李東允.59) 씨. 그의 공식 직함은 제주해양수산청 산지항로표지관리소 소장이다.

지난 57년 전남 어령도라는 조그만 섬에서 이 일을 시작한 그에게는 도내 등대원으로선 최고참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李씨는 선주였던 부친이 항상 등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때문인지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등대지기를 동경, 결국 등대를 자신의 일터로 삼게 되었다.

지난 58년 제주섬으로 내려와 산지등대에서 줄곧 일해온 그가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그 이듬해 사라호태풍이 제주도에 엄습해 왔을 때다.

사라호는 항구에 접안중이던 선박을 두동강을 내는 등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왔고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한마디로 참혹 그 자체였다.

李씨는 "항구로 대피하는 선박에 불빛신호도 보내고 또 양철로 엮어 만든 허술한 등대의 지붕이 날라가지 않도록 공사도 해야하는 등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 회상했다.

그래선지 번듯한 건물과 과거보다 밝은 등대를 소유 (? ) 하게 된 지금은 '바다의 교통신호등' 을 지킨다는게 뿌듯하단다.

그는 낮시간중에는 등대 램프를 닦고 자가발전기를 점검하는데 모든 시간을 보낸다.

밤이나 태풍이 몰려오는 등 기상악화시 등대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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