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 3사 모두 '몽골인의 발자취' 다큐멘터리 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고대의 몽골인들이 우리를 부른다.

한때 세계를 정복했던 그들이 TV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빌어 한국인들에게 일어나라고 외친다.

2000년 방영 목표로 제작중인 KBS '몽골리안 루트' , 올 9월 내보낼 MBC '칭기즈칸 원정로를 가다' , 내년초 방영될 SBS '몽골리안 루트를 가다' 모두를 통해서 그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13세기초 유라시아대륙은 칭기즈칸의 말발굽 아래 있었다.

내분과 흑사병으로 몽골제국이 쓰러진 뒤에는 영국.스페인 등 유럽의 열강들이 바다를 누비며 세계를 석권했다.

20세기의 커다란 전쟁을 거치며 패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군사적으로 미국과 어깨를 겨루던 구소련도 결국 무너졌다.

이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그 소유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미국의 서쪽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한.중.일등 동북아의 나라들이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점친다.

바야흐로 몽골리안의 시대가 찾아오는 것이며 이런 흐름이 방송사들로 하여금 한결같이 몽골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한 것이다.

마치 동북아 시대를 앞 둔 지금이야말로 광개토대제 이래 1천5백년간 웅크리고 있던 우리 민족이 몽골리안을 대표해 떨쳐 일어설 때라고 방송사들이 함께 부르짖는 듯하다.

칭기즈칸 훨씬 이전에도 몽골리안들은 사실상 세계를 지배했다.

2만5천년전 얼어 붙은 베링해를 두발로 넘은 그들은 남북미 전역에 퍼져 신비의 마야.잉카 문명을 건설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후예는 초라하다.

몽골은 60%라는 참담한 실업률에 신음한다.

96년 6월30일 총선으로 공산정권이 물러난 뒤 익숙하지 못한 시장경제 체제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탓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인디언들이 보호지역 안에서만 맴돌며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중남미의 인디오들은 전통 수공예품과 함께 '마야.잉카의 후손' 임을 관광객들에게 팔아 연명한다.

고대 몽골인들의 영화에서 지금 후손들의 초라한 모습까지. 방송3사의 다큐멘터리는 그 모든 것을 다룬다.

SBS '몽골리안 루트를 가다' 제작진은 3사중 가장 앞서 지난 3월말부터 6월중순까지 80일동안 몽골리안의 후예들이 퍼져 살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러시아의 북동쪽 끝에서 출발해 베링해를 건너고 북중미를 지나 남미의 끝 푼타 아레나스까지를 누비며 몽골리안들의 문화와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히 담았다.

연출자 홍순철PD는 "푼타 아레나스에서도 배로 하루 반이나 걸리는 나바리노 섬에서까지 우리나라의 시골 할머니와 똑같은 몽골리안들을 발견했다" 고 말했다.

제작진은 또 80여 부족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왔다.

이들 혈액의 DNA분석을 통해 우리 민족과의 상관관계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8월5일부터는 약 2달 동안 알타이산맥 근처 몽골인들의 생활을 취재하게 된다.

MBC는 4월25일 칭기즈칸의 원정로를 따라가는 대장정에 올랐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러시아 알마아타.사마르칸트, 이란의 바그다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키에프까지 칭기즈칸이 거느렸던 몽고 기마대의 발굽소리를 따라다닌 뒤 7월말에 돌아오게 된다.

가는 곳마다 색다른 민족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칭기즈칸이 이들을 어떻게 하나의 통치아래 둘 수 있었는지 풀이해 보는 것이 제작진의 사명. 이를 통해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이 속에서 지방마다 서로 나뉘어 아웅다웅 다투는 지금, 정말 필요한 지도자상은 어떤 것인지를 시청자에게 던진다는 계획이다.

KBS는 보다 대형.장기기획으로 '몽골리안 루트' 를 준비중이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