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태로운 10대의 性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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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대들의 정사장면을 담은 음란비디오가 중.고교생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비디오는 남자 2명과 여자 1명 등 10대 3명이 벌이는 난잡한 성행위장면을 찍은 것으로, 서울 강남의 어느 고교에서는 3학년 학생 대부분이 봤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경찰의 정밀분석 결과 출연자들이 학생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천호동 사창가에서 일하는 10대들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으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고교생들이 음란비디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술 더 떠 10대들의 성행위가 비디오로 상품화됐고, 인기리에 학생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이는 10대들의 성 (性) 중독증과 왜곡된 성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종전의 외국 포르노 등으로는 호기심을 더 이상 총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보다 자극적인 또래들의 행위가 상품화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닐까. 10대들의 빗나간 성의식과 행위는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경보를 울리고 있다.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으며, 미혼모의 절반이상이 미성년자라고 한다.

여고생이 학교에서 아이를 낳는 일이 잇따르고, 사생아를 버리거나 죽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음성적인 성접촉도 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사회환경의 탓이 크다.

청소년보호법이 새로 발효됐지만 여전히 음란물의 홍수속에 그들은 방치된 상태다.

음란물 가두판매가 극성이고, 인터넷에서는 수백 수천개의 포르노 사이트가 아무런 안전장치없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엄중한 단속과 규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의 호기심을 무작정 억누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성교육은 단순히 생물학적 구조를 가르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학교와 가정이 현실적인 성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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