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대사, 국내 대학원 다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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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은 올해 3월 특별한 신입생을 한 명 받는다. 2년제 정규 과정인 ‘글로벌 MBA 주말 프로그램’에 입학하는 데스몬드 아카워(40·사진)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아카워 대사는 한국행이 결정된 직후부터 MBA 입학을 준비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교육과정과 커리큘럼을 꼼꼼히 따졌고, 나이지리아 주재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조언도 들었다. 부임한 지 반년쯤 된 지난해 가을 그는 여느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원서 접수를 하고 심층면접을 거쳤다.

“수많은 지원자와 함께 대기실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렸죠. 교수님들 앞에 나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무엇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를 경영전문대학원으로 이끌었을까. “나이지리아는 석유·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지만 아직 그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비결을 배워가 나이지리아에 옮겨심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지닌 저력을 눈여겨봤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단단한 뿌리를 가졌습니다. 수많은 위기를 거치며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던 나라가 겨우 10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 또다시 위기를 겪고 있지만 곧 이겨내고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카워 대사는 나이지리아의 250여 개 부족 가운데 소수파인 응도키 부족 출신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 미만인 소수 부족이다. 나이지리아에선 3대 주요 부족이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공용어인 영어 외에 주요 부족 언어를 하지 못하면 핵심 공직을 맡기 쉽지 않다. 알루미늄 제조사 직원에서 출발한 그를 고위직인 대사에 오르게 한 원동력을 자기계발 노력이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주요 부족어인 이보어를 그 부족 사람보다 더 자연스럽게 구사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시체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일 2시간 이상 공부하고 있습니다.”

입학을 두 달여 앞둔 그는 “평범한 캠퍼스 생활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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