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봉 제한’ 놓고 오바마 - 월가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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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를 제한키로 한 것에 대해 월가의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전용 제트기 구입에 대한 정부의 비판과 연말 보너스 잔치에 대한 언론의 조롱 등은 견뎌 왔지만 이번 조치만은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납세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구제금융 대상인 금융회사 CEO의 연봉을 50만 달러로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CEO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국민의 세금이 이들의 보너스로 지급됐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통상 보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성과급에 대한 제한도 뒀다. 스톡옵션 등 성과급이 50만 달러를 넘을 경우 정부 지원금을 모두 되갚거나 어느 정도 안정을 이뤘다는 정부의 판단이 섰을 때만 이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 등을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퇴직금을 보장해 주는 ‘황금 낙하산’ 제도 역시 최고위직 10명에겐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전용 제트기 이용과 사무실 보수 비용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일련의 조치에 월가 종사자들은 자존심이 크게 상한 모습이다. 데이비스 비니어 골드먼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백악관 발표 직후 “이런 규제가 시행된다면 우리는 이른 시일 안에 정부지원금을 상환하고 정부 압력에서 벗어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전날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CEO도 “(대통령이) 월가의 급여에 대해 한꺼번에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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