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조장하는 與경선 판세 드러나자 초조한 주자들 舊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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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경선정국에서 이번 대선을 지역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작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일부 경선주자 지지자들에 의해서다.이들은 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판세윤곽이 드러나자 대놓고 지역감정을 불지르고 있다.

국민회의측은“신한국당의 일부 후보가 정책이나 정견.비전은 제쳐둔채 무조건 김대중(金大中)은 안되고 그러려면 영.호남 대결로 가야한다고 부추긴다”며“나라를 송두리째 망치겠다는 거냐”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 현장이 잡혔다.7일 밤 열린 최형우(崔炯佑)고문계 모임에서다.임인배(林仁培)의원은“이번 선거는 어차피 지역선거”라고 고함을 치며 TK(대구.경북)출신인 이수성(李壽成)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林의원은 다른 참석자가“어떻게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고 반박하자“그따위라니,이런 ××놈”이라며 막말을 했다.황학수(黃鶴洙)의원도“관권.돈.지역중 이번엔 관권과 돈이 불가능하니 지역선거가 재연된다”고 주장했다.

林의원과 黃의원은 모두 깨끗한 정치를 주장해온 초선들인데 정치판에 들어온지 2년도 안돼 지역감정 선동에 앞장서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지역감정을 이용하려는 유혹은 특히 경선후보 지지자들이 더 받는 경향이다.

이수성고문은 합동 연설회장에서 일관되게 지역통합과 갈등치유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국민회의 金후보를 이기려면 지역밖에 없다”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얘기한다.측근들은 또“누군가 탈당을 해서라도 어차피 영남후보는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찬종(朴燦鍾)후보도“김대중후보를 이기려면 내가 나가야 한다”며 지역기반을 은연중 암시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일부 후보들은 지역연고를 강조해 우회적으로 지역감정에 호소하려는 전술을 구사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8일 청주에서 열린 경선주자 합동연설회에서 이한동(李漢東)후보는“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앞세워 후보선출을 하면 정권을 잃고 만다”며 자신은 지역감정을 배격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李후보는 5일 열린 경기도 연설회 때는“나는 포천출신인데 경기도는 다른 지역의 들러리만 서왔다.언제까지 이런 수모만 받고 살거냐”며 지역정서를 자극했다.그는 7일 춘천에서도 강원도 푸대접론을 제기했다.

이회창(李會昌)후보는 청주연설을“나는 청주중학을 다녔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최근 대구방문에선“내 아내가 수성천변에 있는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처가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李후보는 월남가족들에겐 황해도에서 태어난 사실을,광주에선 그 지역 초등학교 졸업사실을 말하는등 지역별로 자신의 연고를 강조하고 있다.

부산출신 최병렬(崔秉烈)후보는 지역감정을 배격하고 있고 충청출신 이인제(李仁濟)후보도 이를 삼가는 편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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