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美 무역적자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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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우리나라가 올들어 달마다 1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냈다.5월말까지 합계 52억5천만달러,이는 같은 기간중 일본에 대한 적자 59억달러에 육박한다.면밀히 현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야 할 일이다.

첫째,대미적자는 미국에 팔 물건이 없어진데서 커져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우리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으로부터 자본재와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무역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대일적자,대미흑자가 밑그림으로 정착됐다.그러나 이제 이런 구도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한국 경제는 고비용-중간기술-중급품 구조로 들어가 있다.값은 비싸고 품질은 중급에 머무르는 한 이전의 대미수출 주종품이던 소비재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우리나라가 지금 미국에 팔 수 있는 것은 다량생산 가능품들이다.철강.화공약품.D램반도체 등이 여기에 든다.

둘째,한국은 원화(貨)의 대 일본 엔화환율조정에 유연성을 갖지 못했다.엔이 급격한 단기 하락을 보이면서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미국 시장에서 치솟는데 대해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태국 등 동아시아 다른 개도국들도 환율을 달러에만 연동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제품에 경쟁력을 잃고 무역수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셋째,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수입관세를 조정하면서 미국에 비해 불리한 관세율을 받아들인 것도 대미적자의 커다란 원인이다.쌀의 의무수입물량을 줄이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다른 식료품과 공산품의 관세를 갑자기,그리고 상대국인 미국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양허(讓許)했던 것이다.

대미무역적자를 줄이려면 이 세가지를 다 고쳐 나가야 한다.그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외국에 팔 물건이 없어져 가고 있다는 상황이다.대량생산적인 품목보다는 고급품 고기술 위주로 산업구조를 고치고 생산비를 줄여 나가야 한다.이 점에서 대미무역적자 해소전략은 지금부터 한국경제 전체의 문제를 푸는 전략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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