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토 정상회담, 새식구 맞아 안보의 집 증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8~9일 이틀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은 NATO라는 '공동안보의 집'을 넓히고 개수하기 위한 증.개축공사의 본격착공을 의미한다. 1949년 창설된 NATO는 지금보다 넓은 집을 필요로 한다.냉전 종식 이후 새 식구가 되고 싶어하는 나라가 줄을 섰기 때문이다.또 소련이라는 유일 가상적(假想敵)의 위협을 전제로 설계된 집안구조도 환경변화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할 상황이다.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대신 보스니아및 알바니아 사태등에서 보듯 지역적.인종적 갈등의 위험이 크게 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NATO는 이미 90년부터 전략개념 수정,지휘체계 조정,임무 재정의등 일련의 재적응과정을 밟아 왔다.NATO 증축의 토대는 지난 5월27일 16개 회원국 정상들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NATO의 동진(東進)을 허용하는 역사적 기본협력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마련됐다.이번 회담에서 정상들은 신규가입 초청국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신규가입국 선정기준은 안정된 민주주의,시장경제,군에 대한 민간우위등이지만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NATO 확대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신규가입국의 전력(戰力)수준을 NATO기준에 맞춰 향상시켜야 하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보유한 1천7백대의 전차 가운데 절반이 50년대 제작된 소련제 T-55전차로 현대전에서는 전혀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골동품이다.NATO 확대비용은 향후 13년간 총 3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미국방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일단 폴란드.체코.헝가리등 3개국으로 신규가입국을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프랑스등 일부 유럽국들은 루마니아와 슬로베니아까지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 의도대로 될 전망이다.이번 회담에서는 또 NATO의 지휘체계 조정문제를 놓고 프랑스와 미국간 격돌이 예상된다.NATO의 울타리내에서 유럽이 독자적으로 공동방위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측 주장이다.NATO라는 큰집 안에 유럽인을 위한 별도의 집을 짓게 해달라는 얘기다.이를 위해 프랑스는 이탈리아 나폴리 소재 NATO 남부군사령부의 지휘권을 유럽인이 맡아야 한다며 이의 수용을 통합군사령부 복귀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미국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남부군사령부의 지휘권 이양은 곧 미6함대의 지휘권을 유럽인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