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를 요리하라]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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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한식 세계화인가.

장태평 장관이 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지구본을 놓고 한식 세계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세계 식품 시장은 4조 달러로 자동차(1조6000억 달러)의 두 배 반이다. [조문규 기자]


“한식 세계화를 통해 명예와 실리를 다 얻을 수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돈도 벌 수 있다. 태국을 보자. 그 정도 경제력을 가진 나라 중에 태국만큼 알려진 곳이 어디 있나. 음식이 세계에 퍼진 덕이다. 음식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 효과다. 태국이 2001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음식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식품 수출은 2001년 35억 달러에서 2006년에 60억 달러로 늘었다. 한식에서도 희망을 주는 사례가 있다. 중국의 ‘대장금’이란 한식당 체인점 8곳이 우리나라에서 매달 고추장 1000만원어치를 수입한다.”

-강력히 추진하던 정부 정책도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된 경우가 허다하다. 한식 세계화도 그럴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그런 일이 없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로, 한식 세계화를 밀고 나갈 별도의 재단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연구소·기업이 함께 만드는 재단이다. 정부는 기금을 대고, 민간이 운영을 하는 식이다. 기금이 있는 한 재단은 계속 일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대통령 부인이 대대로 한식 세계화의 상징적 인물로 나서 힘을 보태면 파급 효과가 크고, 일을 일관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예로, 올해 10월 열리는 국제 식품 박람회 ‘코리아 푸드 엑스포’에서 김윤옥 여사가 해외 유력 인사들에게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직접 소개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태국에서는 왕비가 음식 세계화 본부인 ‘키친 오브 더 월드’의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에는 외교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한데.

“잘될 것 같다. 며칠 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전화해서는 같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협력해 보자고 하더라. ‘해외에 낸 식당은 문화를 전파하는 장소’라는 내용에 ‘이거다’ 싶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관심도 크다. 사실 세계김치연구소는 대통령의 아이디어다.”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은.

“국제기내식협회(ITCA)는 1998년에 비빔밥을, 2006년에는 비빔 국수를 각각 세계 최고의 기내식으로 선정했다.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은 99년 공연을 하러 한국에 올 때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에 반해 한국에서도 여러 번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지 않은가. 갈비찜·전에 홀린 외국인도 많다. 갈비찜이 인기를 끌면 한우 수출도 늘어난다. 전채로 쓸 수 있는 젓갈도 세계화 대상이다.”

-정부는 한식 세계화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올 상반기에 문을 열 한식 전문 조리 아카데미에서 한국인·외국인을 모두 받아들여 빼어난 한식 조리사를 키우겠다. 표준 인테리어 양식도 개발해 보급할 생각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식당에 들어서면 문화적으로 ‘한식당에 왔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해외에 한식당을 내려는 사람들에게 음식 자재 조달과 마케팅 정보도 공급하겠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식 아카데미에서 인력을 양성해 전 세계의 한국 공관에 조리사로 보내는 게 바로 홍보를 위한 것이다. 국제 식품 박람회에서는 음식에 전통 문화 공연을 곁들여 눈·귀·입을 모두 사로잡겠다. 드라마 대장금은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면서 한식 붐을 일으켰다. 대장금 같은 한식 소재 문화 콘텐트 제작을 장려하겠다.”

-전통 술을 세계화할 계획은.

“전통주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쌀 20㎏을 그냥 팔면 2만원인데, 떡을 만들면 평균 12만5000원, 술을 빚으면 23만1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전통주는 우체국을 통해서만 팔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제를 풀어 국내 소비시장을 넓히고, 전통주 산업의 규모를 키우겠다. 개별 한식과 궁합이 맞는 전통 술 목록을 개발해 식당에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보다 앞서 음식 세계화에 나선 나라의 정부에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일본 정부의 ‘표준화’ 전략이다. 일본 내 여러 초밥(스시)을 연구해 맛있게 만드는 표준 지침서를 펴냈다. 만들 때 회를 뜨는 두께와 길이, 쌀의 종류, 심지어 쌀을 씻는 횟수까지 표준을 정해 전 세계 일식당에 공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거의 모든 일식당이 맛있는 초밥을 만들게 됐다. 자연히 일식의 인기가 올랐고, 고급 음식이란 인식이 퍼졌다. 세계김치연구소를 만들어 각국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공급하는 것도 이런 표준화 전략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권혁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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