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넘버5'원료는 아마존 희귀 樹種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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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늘 알몸으로 자는 마릴린 먼로가

잠옷 대신 몇방울 뿌리고 잤다고 해서 유명해진 향수'샤넬 넘버 5'가 멸종위기에 처한 아마존의 희귀수종(樹種)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프랑스적 우아함'의 상징으로 통하는 '샤넬 넘버 5'의 신비가 열대림보호를 외치는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최근 프랑스의 환경운동단체인'로뱅 데 봐'는 아마존산 희귀수종의 수액(樹液)을 더 이상 '샤넬 넘버 5'의 원료로 사용하지 말 것을 샤넬사측에 촉구하면서 이 요구를 묵살할 경우 올연말 성탄절을 기해 유럽내 30여개 환경단체와 연합,샤넬사 제품에 대한 대대적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920년 프랑스 향수 디자이너인 에르네 보에 의해 제조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비법이 공개된 적이 없는 '샤넬 넘버 5'가 아마존 북부 밀림지대에 서식하는'파우 로자'(일명 아니바 두케이)라는 향기나는 나무의 액즙을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브라질은 연간 30에 이르는 전세계 향수업계의 파우 로자 수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매년 3천그루의 파우 로자를 베어내고 있다.나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어린 나무까지 마구 손대다 보니 파우 로자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다.국제자연보호연맹은 지난 95년부터 이 나무를'멸종위기에 처한 수종'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샤넬사측은 상품권의 핵심을 이루는 제조비법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면서 환경단체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환경단체와 샤넬사의 대결이 어떻게 결말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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