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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홍콩 一國兩制 성공땐 대만 불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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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월1일 홍콩은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돌아갔다.이로써 홍콩은'중.영 연합성명'과 기본법에 따라'1국2체제'의 실험대에 오르게 됐다.홍콩에 적용된 1국2체제는 원래 중국 정부가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구상한 것이다.주권반환과 함께 홍콩에서 이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됨에 따라 대만은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과 통신.항운.무역등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이 중국으로 이양됐다는 사실은 대만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은 최근 홍콩주권 반환이 기정사실화함으로써 같은 경쟁상대에 있던 중국에 비해 약세로 밀려났다.특히 대만의 약세는 올해 12월로 예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단교등 외교면에서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중국은 홍콩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대만과의 수교국에 반환후 보복조치를 예시함으로써 이들이 대만과 단교토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반환 이후의 홍콩에서 1국2체제라는 실험이 완벽하게 정착될 경우 대만이 입는 상처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이며,대만으로 하여금 중국과 통일을 위한 담판에 나서도록 재촉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홍콩에서의 1국2체제 실험을 성공리에 완수하려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정책은 다음 몇가지 사항에 집중될 전망이다.

첫째,이론상 1국2체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이에 대한 실천력을 높임으로써 대만과의 통일명분을 제고시킨다는 점이다.둘째,경제상 대만과의 경제무역및 민간교류를 대폭 강화하면서 홍콩의 중개지 역할도 더욱 향상시킨다는 것.셋째,대만의 국제적인 고립을 더욱 강화해 대만내의 독립추구 분위기를 좌절시키며,다음으로 군사력의 현대화를 통해 대만내 독립의식의 고양을 막는다는 것등이다.대만은 그러나 홍콩의 주권이양이라는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중국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대만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지난달 16일 홍콩주권이양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대만은 이 발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우선 대만은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대륙정부에 이양했다는 점에 유감을 표명했다.대만은 또 주권회복을 전후한 중국의 정책이 긴축.압박으로 이어진 데에서 보듯 대륙의 1국2체제 실험이 결국 자신의 체제만을 인정하고'2체제'자체에는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이어 홍콩에서 실행되는 1국2체제는 중앙의 지방정부에 대한 흡수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 있는 대만에는 적용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만은 홍콩과의 연간 3백억달러에 달하는 교역량등 실제적인 이익을 감안해 급격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대만 당국이 홍콩의 주권이양 이후에도 홍콩내의 대만 기구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을 밝힌 것은 그 좋은 예다.

대만은 또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자체적인 방어능력을 확보한 뒤 중국으로부터의 통일압력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대만은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내에서 실시되는 1국2체제에 대한 감시및 비판작업을 강화할 것으로도 전망된다.베이징(北京)당국으로 하여금 1국2체제의 원칙에 충실하게끔 유도,자신의 홍콩내 이익을 지켜간다는 계산이다.대만은 그밖에 국제무대에서의 고립화를 탈피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이제까지의 대륙에 대한 경제.무역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대륙에 대한 급격한 투자및 교역증대를 삼가고 제한된 폭에서의 교류만을 허용해간다는 정책이 무너질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흡수통일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정책은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다는 현실주의 노선이다.이에 반해 중국은 홍콩 회복을 기점으로 형성된 1국2체제의 성공적인 분위기에 입각,대만에 대한 통일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중.대만 관계는 앞으로도 모순과 투쟁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홍콩을 중개지로 한 양측의 관계가 현실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만큼 중국과 대만이 전면적인 긴장과 충돌상태로 빠져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리=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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