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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중국 귀속후의 홍콩 민주화 국제적 관심 필요- 워싱턴포스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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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인사인 웨이징성(魏京生)이 최근 그가 수감돼 있는 감옥의 죄수들에게 집단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웨이징성의 친지들은 간수들이 동료 죄수들로 하여금 그를 폭행하도록 배후에서 조종한게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홍콩반환을 앞두고 이같은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는가. 홍콩반환은 분명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서 비롯된 치욕스런 과거사를 청산하는 자랑스럽고 기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또 홍콩주민들로서는 홍콩을 다스리는 사람이 더이상 영국인 총독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중 한명이라는 점에서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홍콩인들은 홍콩의 새로운 지도자 둥젠화(董建華)역시 중국정부에 의해 낙점된 사람이라는 사실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통치아래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스런 사회 가운데 하나로 발전해왔다.반면 웨이징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중국의 체제는 홍콩처럼 자유스런 것은 아니다.

물론 홍콩이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가 하룻밤새 사라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베이징(北京)당국은 기회있을 때마다 홍콩의 자치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다짐해왔다.중국이 이같은 약속을 어길 경우 중국의 국제적 공신력은 실추되고 홍콩의 경제적 가치 또한 감소될 것이다.

홍콩의 새로운 지도자 둥젠화는 비록 지금까지 홍콩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명확한 다짐을 한 적은 없지만 사업가라는 그의 경력에 비춰볼때 홍콩의 자치권 유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미국등 서방 진영 또한 홍콩에서의 민주체제 유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하지만 홍콩민주주의의 장래에 관한 중국과 미국정부의 반복되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 모두 실제로는 다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미 지난해 홍콩의 민선 입법기구인 입법국을 무력화시키면서 베이징의 꼭두각시라고 할 수 있는 임시입법회의를 구성하는등 홍콩주민들의 자유에 제약을 가해오고 있다.클린턴 미 행정부도 말로는 홍콩의 민주체제 유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홍콩의 민주체제가 위협받을 경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봉쇄할 것이라는등의 구체적 대응방안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웨이징성은 최근 교도소내에서의 폭행사건이 발생한뒤 자신을 면회온 친지들에게“미국등 서방은 이제 중국에 굴복,더이상 중국에 대한 비판을 포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행정부와 서방진영은 중국이 웨이징성과 같은 반체제인사들을 마음놓고 탄압하는 것처럼 6백만 홍콩주민들의 자유를 억압하지 못하도록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리=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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