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도 범죄 수사 ‘셜록 홈스법’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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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엔 왜 셜록 홈스가 없을까. 탐정이란 직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탐정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활동하다가는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26조6호). 이렇다 보니 불법 심부름 센터나 해결사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국가가 아닌 개인이 범죄나 사고 원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셜록 홈스법’이 추진되고 있다.

1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가칭 ‘민간조사법’을 입법준비 중으로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완성된 초안을 놓고 관계기관과 민간전문가와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입법으로 할지, 의원입법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안에 따르면 민간조사인은 ▶범죄·위법·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가출인이나 분실물을 찾고 ▶불법행위자·채무자의 재산 소재를 파악하며 ▶재판에 사용할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민간조사원 자격시험과 등록은 법무부에서 관장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민간조사업무를 하거나 ‘민간조사원’‘탐정’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 처벌을 받는다. 법무부가 민간조사법을 마련한 데는 그동안 국가의 수사력이 공익침해 사건에 집중되면서 경미한 범죄나 재산을 둘러싼 분쟁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도입 후 5만 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 등이 발의한 ‘경비업법’ 개정안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경비업체가 미아·가출인·실종자 소재 파악, 피해 확인과 원인 사실 조사 등을 수행하고, 경찰이 지도·감독하며 영업허가를 내준다는 내용이다. 학계 관계자는 “지난 국회 때 검찰과 경찰 간 밥그릇 싸움으로 민간조사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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