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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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공개수배 운운한 텔레비전 방송 이후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은 머리 모양을 바꾸고 안경을 쓰는등 최대한 변장을 하였다.한편 로즈 버드단원들은 특별한 죄를 지은 것이 드러나지 않아 모두 부모들에게 연락하여 인계해 가도록 하였으나,부모들 중에는 아예 딸 자식의 인계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하긴 부모가 인계해 간 아이들도 금방 다시 집을 뛰쳐나올 것이 뻔하였다.

경찰에서는 로즈 버드단원들을 통하여 니키 마우마우단에 관한 정보들을 꽤 얻기는 하였지만,니키 마우마우단이 그 여섯 명밖에 없는지,그 폐허 마을에 있던 니키 마우마우단은 하나의 지부에 불과한지 등등에 관하여는 아직 캐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니키 마우마우단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평소에는 각자 흩어져 있다가 길세가 근무하는 주유소나 도철이 새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호스트바를 연락거점으로 하여,1주일에 한번 정도는 십대들의 해방구로 알려진 화양동 지역과 노원동 지역 록카페 같은 데서 만나 시끄러운 소음을 방음벽으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작전 계획을 짜기도 하였다.

하루는 대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록카페에 들어섰다.미리 와있던 단원들이 대명의 얼굴을 주목해보았다.

“여기,이거 봐.준우 편지야.” 대명이 항공 봉투가 아닌 일반 우편봉투를 꺼내어 탁자 위에 놓았다.

“아니,너 그럼 그 폐허 건너 마을 그 집에 갔다 왔다는 말이야?” 그 마을에 끌려가서 현장검증까지 받았던 우풍이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어깨를 움츠리며 물었다.

“오랜만에 살짝 가보았지.그 집 주인은 자기 집에 악명 높은 니키 마우마우단원이 들락거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거야.준우가 이번에는 편지 봉투에 주소만 적고 이름 대신 무슨 절간 이름 같은 것을 적어놓았더라구.수신인 이름도 내 이름으로 하지 않고 엉뚱한 이름으로 하고.하지만 준우 필체를 보고 준우 편지인 줄 알았지.”“이건 국내 우편 봉투잖아.그럼 준우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말이야?” 록카페에'인위애(因爲愛)'라는 곡이 영화배우겸 가수인 유덕화의 목소리에 실려 경쾌하게 울려퍼졌다.비디오 화면에서는 유덕화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갖가지 모습으로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그렇다니까.자세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지만.여기 봐.'잘왔다.10월의 마지막 밤 학교 뒷산 약수터에서 만나자'라고 적혀 있잖아.” 대명이 시끄러운 음악에 지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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