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외워온 답변 들으면 뽑을 마음 사라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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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06면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극심한 취업 한파가 예상된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은 10곳 중 4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상반기 채용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인사팀장들의 조언

하지만 그래도 길은 있다. 올 하반기를 노리고 차근차근 실력과 조건을 갖춰 가면 ‘바늘구멍’이라도 통과할 수 있다. 취업엔 정보가 힘이다. 평소 기업 채용 정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기업체 인사 담당자와 취업 전문가들의 ‘불황 속 취업 비결’을 모아 봤다.

‘간판’에 위축되지 마라
최근 출신 학교는 아예 가리고 면접하는 ‘블라인드 면접’ 또는 ‘열린 채용’을 표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학벌 차이 때문에 고민할 일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얘기다. ‘말은 그래도 명문대를 선호하는 게 사실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출신 학교로 차별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병국 인사팀장은 “소위 ‘SKY’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가점을 주거나, 지방대 출신에 감점을 주는 일은 전혀 없다”며 “다만 명문대 출신 지원자들이 자격을 갖추고 자신감 있게 면접에 임해 결과적으로 명문대를 우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방대 또는 비명문대생인 것 때문에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면접에 임하는 경우가 꽤 많다”며 “제대로 준비하고 자신감 있게 면접에 응한다면 명문대는 상상 속의 장벽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차별화는 OK, ‘오버’는 금물
요즘 취업 준비생은 대부분 대학 시절 초기부터 준비를 탄탄히 해 왔기 때문에 소위 ‘스펙’이 다 일정 수준 이상이다. 이 때문에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차별화를 넘어 돌출행동 수준에 이르는 것은 금물이다.

㈜두산의 오영석 인사부장은 “면접장에서 노래로 자기 소개를 해 합격했다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대부분의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복장과 행동은 물론 말하는 방식에서도 돌출적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를 꺼린다”고 말했다.

다만 면접관의 인상에 남을 정도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오 부장은 “캠퍼스 설명회 때 받아 뒀던 인사 담당자들의 명함을 면접 때 보여 준 지원자가 있었다”며 “지원한 회사에 들어오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가능하다면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사 담당자와 미리 접촉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과포장은 결국 들통 난다
솔직담백이 최대의 무기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에 과장된 표현이나 경력을 썼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근 들어 한 시간 이상 집중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투자증권의 권오만 인사팀장은 “지원자는 최대한 차려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겠지만 회사는 지원자의 맨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며 “긴 시간 면접을 하다 보면 지원서에 엉터리로 썼거나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한 말이 다른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면접 준비 무용론’까지 등장한다.

회사에 진짜 애정을 보여라
암기식·즉흥적 면접은 감점 요인이다. 자신의 전공과 적성을 고려해 지원할 회사를 고르고, 지원한 회사나 관련 산업에 대해 탄탄한 준비를 해 놓고 있으면 웬만한 질문에도 자신감 있고 차분하게 대답할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조영제 이사는 “전날 밤 급하게 외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면접장에서 급하게 쏟아내는 지원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며 “굳이 인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은 뽑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포털 커리어(www.careernet.co.kr)의 김기태 대표는 “취업 준비생이 스펙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입사 희망 기업의 인재상과 채용 방식을 먼저 숙지한 뒤 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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