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후세인 전복 14개월 만에 주권국가로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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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영국의 유엔대사인 존 네그로폰테(右)와 에미르 존스패리가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주권이양에 대한 새 결의안 표결에서 손을 들어 찬성을 표시하고 있다. [유엔본부 AP=연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이 수정 제출한 새 이라크 결의안 1546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수주간 네차례 수정과 협상 끝에 이날 통과된 결의안은 다국적군의 주권이양 계획과 6월 30일 출범할 이라크 임시정부를 승인했다. 하지만 2006년 1월 말 이라크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까지의 정치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외교의 승리=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결의안 통과가 "이라크인들의 큰 승리"라며 "자유 이라크가 중동의 민주주의를 위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주 동안의 외교적 노력이 성공했음을 자축하는 의미도 있다. 특히 주요 반전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방문을 통해 상임이사국의 결의안 수정요구를 완화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이라크 총리가 다국적군 지위와 활동과 관련,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도 이번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에 큰 역할을 했다.

결국 반전국들은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던 다국적군의 독자 작전권에 대해 거부권이 아닌 발언권을 이라크 정부에 부여하는 선에서 미국과 타협한 것이다. 반면 미.영은 이라크 정부가 언제든지 다국적군 철수를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고 주둔 시기도 정식 정부가 출범하는 2006년 1월 말까지로 못박는 등 반전 이사국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주권 회복 시작=유엔 결의안 통과로 이라크의 주권 회복 작업이 본격 시작된다. 앞으로 약 6개월 후면 국민이 국회의원들을 직접 선출하고 2005년 말까지 헌법을 제정.승인하는 과정을 거쳐 정식 정부가 선거를 통해 구성된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8일 "이라크 석유산업과 재정 수입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국방부와 내무부는 이라크 군경에 대한 군사통제권을 행사한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한 지 14개월 만에 이라크는 주권국가로 국제 무대에 복귀한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7월 1일부터 전 세계 각국에 대사관을 다시 열고 이라크에 부임하는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접수한다.

◇"큰 변화는 없다"=그러나 이번 결의안 통과로 이라크에 당장 큰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라크 정치분석가 압둘라지크 알누아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의안)종이쪽지가 아니라 치안.전기. 물과 일자리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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