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멕시코 4강' 신화로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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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효창운동장에서는 지금 대통령금배 고교축구가 벌어지고 있다.학부모 외에는 일반관중이 거의 없어 썰렁하기 그지없다.게다가 어린 선수들이 뛰는 구장은 쿠션이 다 죽어버린 인조잔디다.

선수들은 화상을 입을까봐 슬라이딩 태클도 못하고 발목이 접질릴까봐 센터링도 제대로 못한다.

초.중.고교 선수 뿐만 아니라 대학선수들도 잔디구장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연간 1~2회가 고작이다.

“한국축구가 세계수준에 접근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잔디구장에서 뛰어야 한다”는 얘기도 이젠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브라질은'정확한 슈팅'이 우선이었고 한국은'강한 슈팅'이 우선이었다.

전용구장 얘기도 상황은 마찬가지.83년 멕시코청소년대회 4강에 오른후 거론됐던 국가대표 전용구장 건립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2002년 월드컵만 유치하면 전용구장이 문제냐”고 큰소리치던 사람들도 막상 유치된 후에는 “경제도 안좋은데 있는 경기장 그냥 수리해 사용하라”며 슬쩍 꼬리를 감췄다.

또 구장은 거의 찾지 않으면서 국가대표팀간 경기에서 우리팀이 무조건 이기기만을 바란다.전용구장인 포항과 광양을 제외하고는 관중석이 텅텅 빈채 진행되는 국내 프로축구는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대변해준다.

'멕시코 4강'은 말그대로'신화'일 뿐이다.실력은 안되는데 정신력으로 극복한 성적이었다.'4강에 올랐으니 이제 정상도 멀지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역시 두들겨 패야 한다'는 말도 시대착오적인 말이다.

성적은 투자에 비례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진정 좋은 성적을 원한다면 잔디구장이든,전용구장이든 지금 당장 삽을 들어야 한다.또 이제부터라도 경기장을 찾아가자.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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