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자신 없다면 ETF가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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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인덱스펀드, 즉 상장지수펀드(ETF)는 벤치마크로 삼는 주가지수를 100% 추종토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ETF의 수익률은 벤치마크로 삼는 시장수익률보다 항상 높습니다. 이유는 펀드가 투자한 주식의 현금 배당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코덱스200’입니다. 지난 19일 현재 이 펀드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8.4%로 코스피200지수의 6.0%보다 2.4%포인트 앞섭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시가배당률과 비슷합니다.

인덱스펀드의 벤치마크 초과 수익은 ETF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8.1%로 벤치마크보다 2.1%포인트 높고, ETF보다 0.4%포인트 낮습니다. ETF와의 수익률 격차는 주로 0.6%포인트에 달하는 신탁 보수율 차이에 기인합니다. 물론 평균 수익률을 밑도는 펀드도 있습니다. 코스피200 인덱스펀드 중 가장 성적이 나쁜 펀드는 벤치마크 성과에 간신히 턱걸이한 것도 있습니다. 이는 인덱스펀드 중 약간의 액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중 하나입니다. 잘해보려다 그냥 있어도 얻을 수 있었던 배당수익률을 날려버린 셈입니다.

이를 통해 코스피200지수가 현금 배당을 반영하지 않는 지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현금 배당이 반영된 주가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인덱스펀드가 있다면 벤치마크 초과 성과를 내기 힘들겠지요? 현재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스피·코스닥지수는 물론 미국의 S&P500지수 등 각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들은 현금 배당을 반영하지 않는 주가지수입니다. 현금 배당을 반영한 지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당을 지수에 반영하는 기술적 문제,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활용도 등으로 인해 소위 자본 차익만을 반영한 주가지수가 널리 통용되고 있답니다.

지난 5년간 ETF가 보여준 수익률은 일반주식펀드 중 백분위(100개 펀드 중 순위로 환원한 등수) 36위에 해당합니다. 이 기간 일반주식펀드 중 최고수익률은 연평균 16.9%로 ETF의 두 배에 달하지만 잘못해 꼴찌 펀드를 골랐다면 연평균 3.7%의 수익에 머물렀을 겁니다. 최고의 펀드를 고르는 재주가 없다면 엉성한 분산투자보다 ETF나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입니다. 인덱스펀드를 고를 땐 주식 현물에 투자하는지, 수수료가 저렴한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제로인 최상길 전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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