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잘하는 분야에 힘 집중하라” ‘전자 계열사’헤쳐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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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 사업 분야를 떼주고 새 회사를 세우는 등 새 판을 짜고 있다.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최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조직 혁신에 나선 데 이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여러 사업 조직을 크게 완제품(DMC)·부품(DS) 두 부문으로 통폐합했듯이 다른 전자 관계사들도 주특기에 힘을 모으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재편 작업의 두 축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삼성디지털이미징이라는 두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기기용 소형 LCD 분야를 넘겨받았다. 또 삼성SDI가 추진하던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사업도 맡는다. 휴대전화·MP3플레이어·내비게이션 등에 쓰이는 10인치 미만 디스플레이를 전담하는 부품업체가 되는 것이다. 22일 이 회사 대표로 취임한 강호문 사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AM OLED를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PC와 TV용 대형 LCD패널 생산에 집중한다. 삼성SDI는 AM OLED를 넘긴 대신 휴대용 기기와 전기자동차용 충전지를 현재 주력인 PDP와 함께 두 기둥으로 삼는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삼성디지털이미징은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부문이 독립하는 회사다. 테크윈은 방위산업에 주력하고 일반인 상대의 디카는 새 법인에 맡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분담해 온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전담할 신규 법인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 회사가 생기면 삼성전기는 인쇄회로기판(PCB)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부품 쪽만 한다. 효율성이 높은 광원인 LED는 실내외 조명과 LCD용 백라이트 분야에 필요한 유망 기술이다.

전자 계열사 재편 작업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퇴임 이전부터 추진해 오다 지난해 연말부터 급물살을 탔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원장인 투자조정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우종삼 삼성전자 상무는 “재편 작업은 회사별로 잘하는 분야에 힘을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별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적과 책임의 소재도 명확히 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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