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롤스로이스사 경영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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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동차 주문생산의 대명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워낙 적다보니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롤스로이스가 최근 몇년간 기울여온 경영개선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자동차 완성기간을 줄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일부 생산라인에 자동조립라인을 설치했는가 하면 종업원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식 경영을 흉내내 모든 종업원들이 똑같은 작업복을 입도록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자동차에 첨단 설비를 달고 점검하기 위해 6천5백만달러의 시설투자도 결정했고 다른 기업들과의 업무제휴에도 나섰다.

롤스로이스는 BMW등 독일 자동차사들과 차세대 자동차 모델을 공동개발하는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이 때문에 롤스로이스의 경영이 더 악화될 경우 독일 자동차사들이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의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롤스로이스의 생산효율은 높아졌다.

자동차 판매량으로 볼때 과거 롤스로이스의 손익분기점은 1년에 2천8백대였으나 이제는 1천3백50대만 팔면 된다.

그러나 자동차의 절대 판매량이 적다는 점은 여전히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예컨대 부품 구입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나 신차 개발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초기비용등을 감당하기에는 롤스로이스의 자동차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판매사정도 좋지않다.판매량은 지난 90년 3천3백33대를 정점으로 93년에는 1천3백50대까지 뚝 떨어졌다.그 후 판매량이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그래야 지난해 1천7백44대에 그쳤다.

90년대초 롤스로이스의 판매량이 뚝 떨어졌던 것은 총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국 지역으로의 판매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고급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수입관세를 새로 도입했다.최근 관세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대미(對美) 판매는 부진하다.북.남미를 합해 89년 1천2백74대에서 지난해에는 4백62대로 줄었다.

관계자들은 다른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한 생산라인에서 몇시간에 1대꼴로 생산해내는 요즘도 30일만에 1대꼴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롤스로이스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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