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성의 새로운 시도 - 이달중 계간학술誌 4종창간 학계 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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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달 중순을 전후해 특색있는 학술잡지들이 쏟아져 나와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기존의 학술교양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학술잡지들이 동시에 창간된데 대해 학자들은 그 배경에 궁금해하고 있다.그러나 각자 나름의 독특한 논리와 편집방침으로 시선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창간된 학술지는 모두 계간지로 교수신문사(대표 이영수)가 발간한'열린 지성',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권태준)에서 발행한'유네스코 포럼',전병재.함재봉 교수등 일군의 학자들이 동인으로 모여 펴낸'전통과 현대',그리고 한국사회사학회(회장 박명규)가 펴낸'사회와 역사'등 4종. 이중 가장 특색있는 잡지는'열린 지성'.교수신문사가 창간 5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 학술교양지는 역사철학.정치.사회.과학기술.예술문화등 각 분야에서 이미 발표된 논문들중 심사를 거쳐 우수한 논문을 재수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술잡지들과 성격이 다르다.

1백40여명의 분야별 원고 선정위원의 평가를 거친 논문만을 게재함으로써 학계를 다소 긴장시키고 있다.논문의 질에 대한 간접적 평가가 이뤄져 논문의 질보다 편수에 신경썼던 과거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 때문이다.특히 학제간 벽을 허물고 학계동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학문의 흐름을 반영하는 논문을 게재할 예정인데 성패는 선정의 객관성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19일 오후6시30분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도 갖는다.

유네스코의 이론적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창간한'유네스코 포럼'은 교육.지구환경.문화유산보호.과학기술.윤리등 유네스코 본부및 회원국들이 내는 다양한 출판물 가운데 우리와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글들을 엄선해 번역.소개하는 학술교양지다. <본지 6월10일자 12면 참조> 서구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한국사회를 설명하는데 새로운 담론의 틀을 세운다는 목표로 창간된'전통과 현대'도 주목할만한 학술교양지.“보편이라는 미명 아래 수입된 외국의 수많은 이론과 이념들은 한국사회 특유의 동인을 밝히는데 실패했다”는 전제 아래 전통사상의 다양한 측면들과 현대사상및 제도의 접목 가능성을 타진한다.

창간호 특집인'유교 자본주의'자체가 이미 80년대 이후 서구 학계가 관심있게 다룬 주제중 하나.서구의 보편성과 다른 동아시아 특수성에 주목하면서 이 지역의 근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이런'시도의 수입'이 어떻게 자신들의 목표처럼 서구의 보편적 이론틀을 넘어설 수 있는지가 주목을 끈다.

한국사회사학회가 단행본으로 출간하던 부정기 간행물을'사회와 역사'란 이름으로 출간한 계간 혁신호도 미시적 주제를 통한 사회에의 거시적 조명이라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상징화,조선시대'재가 금지',공창(公娼)제도와 식민지 지배의 상호관계,나(癩)요양원과 식민지적 근대화의 상호관계를 분석한 글들이 대표적인 경우. 미시에서 거시로 나아가는 방법과 역사적 데이터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설명>

기존 학술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나름의 독특한 주제와 연구방법을 표방하는 4종의 학술교양지가 한꺼번에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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