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경영일기>이한중 성용금속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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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필자가 일본에 처음 간 시기는 약 15년전인 80년대초다.당시 한국의 경제력은 일본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한국사람들은 일본여행에서 돌아 올 때는 전자밥통등 각종 가전제품을 무더기로 사오던 시절이었다.그때 필자는 일본의 중소기업 여러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거기서 큰 감명을 받았다.

도무지 공장같이 보이지 않을 만큼 청결한 생산현장,잘 정돈된 공구.원부자재등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또 자기가 만들어 낸 물건은 철저하게 책임지는 품질관리 체계와 종업원의 투철한 주인의식은 부러울 정도였다.

일본은 당시 중소기업 종업원은 물론 농어민들까지 자가용을 타고 있었는데 그것은 오너처럼 일해 얻은 당연한 대가였던 셈이다.

한국은 언제 이런 때가 올까 꿈만 같았다.그들의 경제력은 한마디로 기업 내부의'안도둑'을 잘 다스렸기 때문에 달성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안도둑은 과연 무엇일까.종업원이 돈을 횡령하고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중소기업의 안도둑이란 경영에 주름살을 지게 하는 모든 요소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중소기업들은 고가의 장비인 주요 생산기계를 한꺼번에 사들일 여력이 없다.

할 수 없이 한대씩 늘여가는게 보통 형편이다.그러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생산라인은 일직선을 이루지 못하고 갈 지(之)자로 놓이게 된다.그러면 물류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해 자연 생산 손실이 생긴다.이것이 안도둑이다.

그래서 나는 라인을 스톱시키고 공장 내부를 정비했다.사소한 부자재가 비축이 되질 않아 기계가 생산을 중단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안도둑이다.

대낮에 생산현장에 불을 훤히 켜놓고 작업하는 것은 종업원이 주인의식이 부족하거나 작업장의 채광설계가 잘못돼 빚어지는 일이지만 소리없이 경영을 갉아먹는 좀도둑이다.

몇년전 자동차 경기호황으로 우리 회사는 일거리가 밀려들어 밤낮없이 생산라인을 돌렸다.

하지만 주요 설비의 볼트 한개가 마모돼 이것을 구입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는등 법석을 떨었다.이로 인해 메인 기계가 이틀동안 가동중단됐다.자연히 전체공장이 올 스톱되고 모기업의 생산마저 중단되는 일이 빚어져 하마터면 거래가 끊길뻔 했다.아찔했던 순간이었다.이처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바로 잡으면 적자회사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그렇지 못하면 경영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안도둑의 폐해인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얼마나 된다고 하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재수가 없으면 도둑을 맞는다고 한다.내 물건을 훔쳐가는 것만이 도둑이 아니다.안 들여도 되는 인건비,원부자재비 관리부실등이 기업들엔 진짜 도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중소기업 사장은 이런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즉시 시정해야 한다.

또 사장은 안도둑이라고 인정되는 부분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과감하게 고치고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적극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 중소기업간의 이런 격차 하나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뒤처지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나라밖의 경쟁업체와 싸우기 전에 숨어있는 내부의 안도둑을 잡아야 품질도 나아지고 경쟁업체와 싸울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이한중 성용금속 대표

<사진설명>

이한중 성용금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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