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훈' 할머니와 동거한 일본인 다다쿠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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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하나코('훈'할머니의 일본명)는 참 착한 한국여자였다.지금 생각하면 전쟁때 한국이나 필리핀 여성들이 위안부로 끌려온 것은 가엾다는 느낌이 든다.” 2차대전 종전(終戰)직전인 45년5월,캄보디아 프놈펜 근교의 한 일본군 위안소에서 훈 할머니(73)를 처음 만난 전 일본군 장교 다다쿠마 쓰토무(只熊力.76)는 15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과거를 회상했다.그는 현재 아시아.태평양국회의원연합(APPU)일본의원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며,최근 발족된 일본.캄보디아경제문화협회 비상임 이사직도 맡고 있는'캄보디아통'이다.

-훈할머니를 어떻게 알게 됐나.“나는 당시(24세) 인도차이나반도에 주둔하던 일본군 2사단 소속 중위였다.45년3월 부대가 버마에서 프놈펜으로 이동한 후 그해 5월 근교에 있던 위안소에서 하나코를 처음 봤다.” -위안소는 어떤 곳이었나.“작지만 깨끗한 곳이었다.하나코 외에 한국인 위안부가 5~6명 더 있었다.” -훈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당시 생각나는 일은.“당시는 전쟁때였다.가족이나 고향.장래에 대해 깊은 이야기는 서로 하지도 묻지도 않았다.다만 고향이'진센'이라는 한국 남쪽지방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종전 후 훈할머니는 어떻게 됐나.“부대원 모두 일본으로 귀국했는데 나 혼자 프놈펜에 남았다.프랑스 군대가 들어온 후 나는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45년12월 캄퐁참주의 수쿤마을로 도망갔다.그때 하나코도 같이 갔다.47년1월께 캄보디아의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내가 정글로 들어간 후 그곳에서 캄보디아인과 결혼한 것으로 안다.” -마지막으로 훈할머니를 만난 것은 언제인가.“55년에 일본으로 돌아간 후 62년 산림을 개발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다시 프놈펜으로 왔다.그 2년후쯤 하나코가 나를 만나러 찾아온 적이 있다.그녀는 (캄보디아인)남편이 자신에게 잘해주며 딸이 하나 있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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