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세계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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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폴란드에선 대한민국보다 대우가 더 잘 통한다.공항 입국심사 때도'대우의 코리아'라고 말하면 무사통과다.바르샤바 시내에서 대우 브랜드는 위력적이다.시내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물론 중심가 대형 입간판도 좋은 위치는 대우가 차지했다.폴란드 사람들은 한국은 몰라도 대우는 안다고 할 정도다.

89년 동유럽 민주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붕괴한 후 폴란드는 시장경제체제로 급속히 전환했다.그로부터 8년이란 고통스런 시간이 지나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실험은 아직도 계속중이다.비슷한 시기에 대우도 거창한 실험을 시작했다.이른바'세계경영'이다.“밖으로 나가는 것은 운명이다.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살지 못한다”는 대우의 생존전략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대우자동차가 폴란드 국영자동차 FSO와 합작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95년 11월이다.그 이듬해 3월 대우-FSO로 정식 출범한지 1년 남짓이다.지난해 승용차 9만8천대를 생산했으며,올해는 16만7천대가 목표다.대우 말고도 FSO를 인수하려던 외국기업은 많았다.그러나 그들은 사람을 줄이는 계획부터 내놓았다.높은 실업률로 고심하던 폴란드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대우는 현재의 고용수준을 3년간 유지하는 조건으로 FSO를 인수했다.근로자들도 4년간 단체행동을 자제하기로 약속했다.현재 대우-FSO는 1만9천5백명 대식구를 거느리고 있지만 노사문제는 없다.

개혁은 철저히 작업현장 중심으로 이뤄졌다.수십년 묵은 기름때를 벗겨내고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수리.개량했다.또 20년 된 폴로네즈를 버리지 않았다.폴란드 국민차라는 폴란드인들의 자부심을 존중한 것이다.대신 대대적인 개량으로 전혀 다른 모습의 폴로네즈를 선보였다.

또 하나는 기업활동에 문화를 도입한 것이다.축구팀 레기아를 인수해 우승팀으로 만들고,올해안으로 1천만달러 규모의 과학재단을 설립한다.이같은 노력은 폴란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지난 1일 있었던 어린이날 행사엔 근로자 가족 1만5천여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뤘다.한보사건 이후 연쇄부도 등 끝모르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사정과는 사뭇 다른 상황을 폴란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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