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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競選문화'를 위한 신한국당 대의원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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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대선후보를 선택할 대의원들은 구(舊)시대 정치의 전형적 산물인 줄세우기를 거부했다.연줄.인맥을 고리로 한 위원장의 일방적 지시보다 국정경영능력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올바른 후보를 소신껏 선택하겠다고 입을 모았다.12일 지구당대회를 사실상 마감하며 바람직한 경선문화를 위해 중앙일보가 마련한'대의원 긴급좌담회'에서 5명의 대의원은“위원장의 일방적 지시와 추종의 관행이 더이상 발붙일 분위기가 아니다”며 현장의 체감분위기를 전했다.그들은 또“대의원의 소신과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해줄 때 민심을 올바로 전달해야할 대의원 스스로의 책임감도 고조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이들은 이와 함께 정책과 비전경쟁을 통한 축제분위기의 경선을 갈구하는 기대감을 시종 드러냈다. 편집자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소신껏 투표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재돈=과거에는 총재가 지명하면 줄서기에 의해 투표권을 행사했습니다.하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릅니다.이제 대의원들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자유투표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주자들이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면 신한국당은 진일보한 민주정당이 될 것입니다.

▶이희철=이미 당총재가 중립을 선언했고,우리 지구당위원장도 대의원들 앞에서“어떠한 경우에도 줄서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우리 대의원들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투표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전희수=우리 위원장은 운영위원회에서“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을 각자 판단해 투표하라”고 말했습니다.위원장의 말이 아니라도 저는 당연히 자유투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해규=우리 위원장은“지금은 위원장의 뜻에 따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을 올바로 뽑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당연히 그렇게 돼야겠지요

▶이지수=우리 위원장도 자신의 입장을 대의원에게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92년 경선과 비교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田=분명히 다릅니다.지난 경선때는 위원장이 이종찬(李鍾贊)씨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표시해 그에 따랐습니다.이번에는 비록 위원장이 자신의 의사를 공표해도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분명히 자신의 의사를 밝힐 것이라 봅니다.

▶이희철=전에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때문에 대의원을 기피했습니다.그러나 이번에는 대의원 선출에 치열한 경쟁이 나타났습니다.이번에는 자신의 신성한 결정권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金=언론이 후보 면면을 보여주면서 대의원들이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92년에 이종찬씨가 (민자당)경선에서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35%의 지지가 나온 것과 같은 상황은 더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이번에는 지구당위원장이 찍으라고 강요해도 분명한 자기판단에 의해 투표하리라는게 대의원 대부분의 생각입니다.만약 경선후보들이 과거처럼 지구당위원장만 잡아서는 차질이 올 것입니다.

▶이지수=사실 지금은 어떤 지구당위원장도 누구를 지지하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대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주자들을 접하면서 판단의 근거도 얻었습니다.또 오늘 중앙일보가 보도한 후보별 정책비교표등을 보면서 자신의 기준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는 분위기입니다.더군다나 대의원 구성도 다양해 위원장 지시에 따른 줄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林=이번 운영위원회에서의 대의원 선출은 위원장의 의사와 관계없도록 했습니다.운영위원들이 당비 납부실적.회의 참여실적등을 평가하는등 객관적 근거가 반영되도록 했습니다.

▶田=지금 신한국당의 당 운영은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처럼 중앙당의 지시에 지구당이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밑바닥의 지구당 운영을 봐도 위원장의 일방적인 지시가 통하지 않습니다.

-대중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오히려 당내 세(勢)는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대의원 구조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대의원 구조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田=지지도를 위원장하고만 연결시키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대의원들의 뜻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대의원들은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고려해 투표할 자세가 돼있습니다.위원장 의중을 따라갈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 대의원은 위원장의 의사만을 존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희철=많은 대의원은 위원장의 뜻을 따르기보다 자율적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투표하게 될 것입니다.

▶金=대의원들은 본선에서 승리가능성이 많은 사람을 뽑게될 것입니다.대의원 투표권이 올바로 행사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선과정에서 일부 주자들의 돈봉투가 오가느니,지역색을 조장하느니 하는등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경선과정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없습니까. ▶田=대의원이 누군지 모르도록 명단을 봉함해 중앙당에 직접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누구한테 돈봉투를 갖다주겠습니까.물론 경선후보들이 지구당 요직에 있는 사람한테 전화를 하고 홍보책자를 보내주기는 하지만 아직은 혼탁선거를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金=저희 지구당에 대선후보가 다녀갔습니다.식사때가 돼 저녁밥 한번 얻어먹은 것이 고작인데 언론에서 마치 돈이 오고 간양 보도하는게 문제입니다.

▶林=대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지만 일선 지구당에서 이를 지키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주자들은 비전.정책경쟁보다 세몰이식의 결판을 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경선주자들이나 중앙당에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金=15개 시.도별로 대의원 대회를 열어 경선주자들이 나와 소견발표를 한다면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이지수='이것도 하지말라,저것도 하지말라'식의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후보로 나온 사람들의 인품과 대의원의 정치적 식견을 믿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게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田=후보중에는 민심과는 거리가 먼 지구당위원장 몇사람 거느리고 나온 후보도 계신 것같습니다.그런 분은 스스로 판단해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또 경선후보들은 지구당위원장의 발목만 잡으려 하지 말고 대의원들을 향해 소신과 비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희철=국민은 경선후에도 우리당이 일사분란하게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중앙당은 신중히 대처해주길 바랍니다.

-차기 대통령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金=국민들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데 식상함을 느낍니다.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국가경영능력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합니다.

▶田=정치경험에 관계없이 통치능력이 있는 분이 돼야 합니다.

▶이희철=경제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林=지금은 당원들까지 집권 여당에 불만이 많습니다.최근의 현안들에 대해 명확하게 자기 견해를 밝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지수=저는 모든 계층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원만한 대표성을 꼽고 싶습니다.

-자유투표는 대의원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책임도 갖도록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田=대의원들은 외부의 우려와는 달리 후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토론이나 주변의 평가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지수=저희 지구당 대의원들은 대선후보 선출 전까지 세차례 모여 각 후보의 정책.통치력.진실성등에 대한 평가를 점수화하고 어떤 사람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따져본 뒤 후보를 선택할 계획입니다.대통령후보를 뽑는 대의원들의 편견을 배제하고 객관적 평가를 내리도록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절차까지 마련했습니다.

▶金=전남의 위원장들은 본선에 어떤 후보를 내야 국민 전체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점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선택하신 후보가 당신 개인의 의사입니까,아니면 당원전체의 의견입니까.당원들의 의사와 여러분의 선호가 다를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田=투표권은 한장뿐인데 모든 사람의 의사를 반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그러나 토론을 거치다 보면 당원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2~3명 정도로 압축되는 것을 느낍니다.1차투표에서 찍은 후보가 3위 밖으로 밀려날 경우 위원장이 누구에게 밀어달라고 한다면 위원장의 의사를 고려는 하겠지만 결국 대의원이 소신껏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희철=3위 밖으로 밀려나더라도 소신껏 결정하겠습니다.

▶이지수=누구나 차선의 선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金=2차투표에서는 본선에 나가 상대당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느냐를 놓고 투표할 것입니다.

▶田=2차투표에서는 정권 재창출이 목표이므로 대통령이 될 사람을 소신을 갖고 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林=후보별로 몇가지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과 지방자치제에 대한 견해등을 비교.토론해 투표할 것입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뜻이 작용할 소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金=어려울 것입니다.일부 음성적으로 측근을 통해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대세는 이미 대통령의 뜻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 와있다고 봅니다.

▶田=대통령이 밀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표현을 못하리라고 봅니다.만약 의중을 밝혔다가 후보가 안됐을 경우 더 큰 위험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金=정발협의 움직임이 경선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추측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희철=이른바 김심(金心)은 있다고 봅니다.그러나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林=김심이 작용하면 오히려 상당한 부작용을 낳는게 현실입니다. -경선 막바지에 정발협이나 나라회와 같은 특정계보 모임이 '표 몰아주기'를 시도할 경우 대의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金=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정권 재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에 대의원 의사와 맞춰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희철=이들 모임이 특정주자를 밀었을 때 선거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그냥 대의원에게 맡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지수=정발협.나라회등 조직에 많이 기대했던 후보라도 후보경선에서 실패할 경우 절대 탈당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역사적으로 역적이란 소리를 면치못할 것입니다.

▶林=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을 것을 결의하는 지구당도 생겨나고 있습니다.특정계보의 영향을 받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경선문화를 위해 다른 대의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田=위원장의 의중도 중요하나 이번 경선에서는 대의원 개개인이 소신껏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선거 혁명을 반드시 이뤄봤으면 좋겠습니다.

▶林=단지 당 후보를 뽑는 선거보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신중한 마음으로 경선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무엇보다 후보가 될 분과 대의원은 지역감정 해소를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축제분위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金=어떤 주자든 선의의 경쟁이후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해야 합니다.탈당등으로 분열상을 드러내면 당원은 물론 국민도 용서하지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지수=무엇보다 3金정치가 빚어온 구시대적 정치풍토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발전의 한 계기로 이번 경선을 바라보는 대의원의 각오가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이정민.채병건 기자

<참석대의원 명단>

▶전희수(田羲秀.47)양천구의회의원(서울양천갑부위원장)

▶이희철(李熙哲.45)중앙위원(부산남갑)

▶김재돈(金在暾.57)수석부위원장(전남보성-화순)

▶이지수(李芝洙.49)중앙당 교육분과 상무위원(서울광진을)

▶임해규(林亥圭.37)부천시의회의원(경기부천소사) 사회=최훈 기자

<사진설명>

지구당대회에서 선출된 전당대회 대의원들은 소신과 자유의사에 따른 투표로 세몰이.줄세우기등 3金씨류 정치행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들은 또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도 함께 촉구했다.왼쪽부터 이지수.임해규.전희수.이희철.김재돈 대의원.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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