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퇴직후 제2의 직업갖기 '노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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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은퇴는 없다.미국에선 요즘 정년퇴직후 새로운 직업을 찾아 제2의 인생을 가꿔보려는'노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 최근호는'은퇴 투자가이드'특집을 통해 은퇴한 노년들의'제2직업 바람'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미국 노인들이 새 직업 찾기에 나서는 첫째 이유는 의학의 발달로 노인 평균수명이 늘어난데다 육체적으로도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때문.미국인의 평균수명은 정년 이후에도 여자는 22년,남자는 18년이나 더 살 수 있어 정년후에도 일을 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둘째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있기는 하지만 사회보장연금만으로 안락한 노년을 보내기는 부족하기 때문. 더구나 2000년대에 이르면 연금을 지급하는 신용기금의 자산마저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현재 미국인중 자신의 저축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비율이 25%에 그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노인들이 은퇴후 갖는 새 직업은 은퇴전 그들이 종사했던 일과 관련된 직업이 대부분.따라서 아직까지는 전문직에 종사했던 노인들이 새로운 직업을 가질 기회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30여년간 여러 화학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다 5년전 정년퇴직한 피터 프랜시스(69)는 지난 4월 다시 중소 화학회사의 연구원으로 입사했다.치과 간호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조앤 투펜크지안(67)은 현재 보스턴 외곽에서 에어로빅 건강법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발행된 허드슨 연구소의'노동인구 2020'에 따르면“65세의 노인이라도 점차 지출할 곳은 많아져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해 은퇴를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은퇴할 상황도 아니다”며“심지어 부유한 노인들이라 해도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어감에 따라 오랜기간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일을 가져야 할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의 65세 이상 노년인구는 전체 인구의 12%선(약 3천3백만명).미국 인구조사국은 오는 2020년까지 65세이상 노인이 5천3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우리나라도 95년 현재 65세이상 노년인구가 2백60만명.2020년에는 총인구의 13%가 넘을 정도로 급팽창할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하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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