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대학별고사 입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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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세대의 2012학년도 입시 안은 옛 본고사와는 차이가 있다. 1980년 본고사 폐지 전까지 연세대도 국어·영어·수학 과목에서 주관식 문제를 주로 출제했다. 수험생들은 영어 독해나 증명·문제 풀이식 수학 문제를 푸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연세대는 이런 점을 개선한 독자적인 시험문제를 구상 중이다. 과목은 단순하다. 수시모집에서 인문계는 언어·영어·수리 능력을 측정하는 논술, 자연계는 수학과 논술이다. 인문계 논술은 현재 실시 중인 다면사고형과 유사하다. 사고·논리력 측정이 목표다. 다만 영어는 영어 지문을 통한 독해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이태규 입학처장은 “신입생들의 말하기 능력은 나아졌지만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는 수학 시험이 있는 게 현행 수시와 다르다. 객관식은 내지 않는다.

정시모집은 대학별 고사가 없다. 수능만으로 뽑겠다는 구상이다. 전형 요소 합산 방식도 없어진다. 수능 성적 60점, 학생부 40점을 합해 100점 만점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입학처장은 “수시모집 일부는 학생부 100%로 뽑을 계획도 있다”며 “학생부와 논술 성적을 섞어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안은 이전 정부 때 금지했던 본고사에 해당된다. 본고사 기준은 교과 지식을 묻고, 풀이 과정과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였다. 이를 어긴 대학은 교육부 제재를 받았다. 지금은 제재 조항이 삭제됐다. 연세대가 이번 입시 안을 시행하더라도 법적으로 손볼 방법은 없다.

문제는 학생·학부모·교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국어·영어·수학 일부 과목만 살고 나머지는 죽는다는 교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교육이 세 과목 위주로 진행되면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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