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경제>경제정보화의 장애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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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필자는 과거 경제기획원등 경제부처에 몸담았고 이제 국가정보화의 주무장관을 약10개월간 지내면서 경제의 정보화가 생각보다 더디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부총리를 경질하고,새 경제팀은 새로운 경제대책을 만들어 발표했다.새로운 대책은 대개 임금억제.금리인하.부동산대책.재정지원책등이었다.그러나 이제는 경제팀을 바꾼다고 이같은 대책을 만들 수도 없고,만들어봤자 작동되지도 않는 경제환경에 처하게 되었다.따라서 고비용 경제구조의 유일한 치유법은 시장기능을 살려 그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길 뿐이다.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첩경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완벽하게 연결시켜주는 효력을 가진 정보화다.

그런데 시장기능을 살려주고,기업경영구조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보화는 왜 더디게 진행되는 것일까.필자는 정보통신부에서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정보화가 더딘 것은 우선 공급자간의 경쟁을 제약하는 정부의 제도들 때문이다.노동법에 의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약받는 상황에서는 인력수급 정보화의 효용이 크지 않게 된다.

금융관련법에 의해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금융정보화의 필요성이 크지 않으며,또 토지관련 규제가 많을수록 실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물류정보화가 신속히 진전되지 않는 것도 유통.수송산업에 아직 많은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장벽은 경제주체들의 투명성 공포증이다.한국 기업주들이 경영상황의 투명화를 꺼려하는 한 정보화는 진전될 수 없다.의료EDI를 시행하고 있지만 병원들이 진료수입의 노출을 두려워해 참여가 잘 안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투명성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해 주는 방향으로 세제를 운용해야 하며 기업들도 떳떳이 경영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장벽은 민간자율 규제기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규제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로 과거 산업화시대 정부의 종합조정기능을 대체해 줄만한 민간의 자율조정 기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독일과 일본등이 협회를 통한 업계간 자율조정 기능을 살려 정부규제 없이도 협력해나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해외건설시장등에서 국내 기업들끼리 이전투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강봉균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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