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줄리 앤드루스여 영원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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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을 즈음 '당신은 줄리 앤드루스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나십니까'라는 여론조사가 실시된 적이 있었다.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행복하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답변했다.

만인의 가슴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그 앤드루스가 드디어 무대에서 은퇴했다.그녀의 나이 올해로 62세.내 가슴속의 영원한 소녀가 사실은 할머니가 돼 있었다.오,시간의 잔인함이여. 올드 팬에게 인기있는 여배우-예를 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잉그리드 버그먼.오드리 헵번 등은 미모나 개성을 지닌 얼굴들이다.그러나 그 누구도 앤드루스만큼 편안하거나 즐거운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언젠가 타임지가 요란스럽게 표현한 그녀의 인상을 더 적어 보자.'앤드루스는 만인의 딸이며 누이이자 어머니,눈속의 크리스마스 캐럴,난롯가의 친구,잔치의 광대.' 1935년 영국 런던 근교에서 태어난 앤드루스는 19세때 브로드웨이에 진출,뮤지컬'마이 페어 레이디'로 대성공을 거뒀다.1960년대는 그녀의 전성기.64년 영화'메리 포핀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다음해'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전세계의 연인이 됐다.

꿈많은 수녀 마리아가 들려주는'사운드 오브 뮤직''모든 산에 올라라''양치는 소년' '도레미 송'등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명곡들이다.그녀의 청순한 미모와 음성에 힘입은 이 영화의 성공담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어깨를 겨룰 정도가 됐다.

그녀는 결코 노래하는 꾀꼬리에 불과한 여배우는 아니었다.영화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와의 재혼으로 긴 슬럼프에 들어간 그녀는 자신과 남편의 소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쟁 고아 2명을 자식으로 키웠다.80년대 초에는 난민구호를 위해 베트남에 5백만달러,캄보디아에 1백4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무대배우로서 30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95년 브로드웨이에 복귀한 작품은 뮤지컬'빅터/빅토리아'.이미 70줄에 들어선 남편과 함께 갖는 공연이라 다시 한번 전 미국을 흥분시킨 바 있다.모든 관객이'에델바이스'를 합창하는 가운데 눈물의 은퇴를 했어도 그녀는 영원히 모든 이의 연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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