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 하루 = 바깥의 사흘” 학습량 많으니 성적은 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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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6등급, 수리 7등급, 외국어 6등급….

고3때 김성환군(이과)의 수능 성적표다. 누가 봐도 도저히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성적이다. 그는 청솔기숙학원에서 공부했다. 2009학년도 수능에서 김 군은 언어 2등급(백분위 94), 수리 2등급(백분위 93), 외국어 2등급(백분위 94)으로 성적이 껑충 뛰었다.

학원 관계자는 말한다.

“긍정적인 사고 아래 틈틈이 체력도 다지며 규칙적으로 공부한 덕분이죠. 김 군은 틈만 나면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도 즐기며 신나게 공부했습니다.”

4·2·3 4·5·3·3, 총점 390점.박규현 군의 2007학년도 수능 성적이다. 수학이 그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고3시절 모의고사 점수가 60점 안팎이어서 그는 재수를 결심하며 학원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두려웠다. 박 군은 성남대성학원에서 10개월을 공부했다. 2008학년도 수능성적은 전과목 1등급, 원점수 484점이었다. 믿기지 않는 성적 향상이다. 그는 고려대 의대에 진학했다.

기숙학원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성적이 큰 폭 뛴다.

용인대성학원은 정원이 12개반에 400여 명이다. 10개월 공부한 뒤 이들은 수능에서 평균 70점 정도(500점 만점) 올라간다고 학원 측은 소개했다. 학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의 성적이 큰 폭 상승하는 흐름은 유사하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더 많이 오르는 편이다.

서울사관케이스학원의 한 학생은 지난해 수능에서 230점(500점)을 받았다. 2009 수능에서는 424점으로 무려 194점이나 상승했다. 최종 모의고사 성적은 이보다 더 좋은 488점이었다.

기숙학원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무엇보다 학습량이 많기 때문이다.

성남대성학원 박 군은 “기숙학원에서의 하루는 바깥세상의 3일과 같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시간과 학습량이 세 배나 된다는 얘기다.

중하위권 학생의 성적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기숙학원에서나 가능한 피드백 시스템 덕분이다. 알 때까지 가르치는 학습 체계를 말한다. 기숙학원에서는 방과 후에도 과외 또는 소그룹식 학습지도가 이어진다. 정규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모아 별도로 더 가르치는 것이다. 그날 배운 것은 꼭 그날 익히게 한다. 강사진이 학생들이 잠자기 전까지 학원에서 대기하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준다.

학습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까지 관리해 주는 것도 기숙학원의 장점이다. 재수생의 잦은 슬럼프, 기숙사감이나 강사진이 1대1로 상담하며 그 극복을 도와준다.

연세대 생명공학과에 합격한 경 모 군은 “학원 생활이 힘들 때나 과목 학습에 대한 고민이 생겼을 때 주저않고 담임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담임은 나의 풀린 나사를 죄어 주었다”고 말했다.

물론 기숙학원 생활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 혹독한 인고의 시간을 요구한다. 단점도 있다. 강소연 양은 수기에서 “여럿이 부딪히며 생활하는 공간이었고 (궁색한 처지의)수험생들끼리 모여 있으니 다들 민감하고 힘든 적도 있었다”고 적었다.

김다정 양은 “처음 두세 달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단어를 암기했다. 그러나 차츰 친구를 사귀면서 쉬는 시간에 수다도 떨고 놀았고 짝꿍과 장난치다 보면 그 여파가 수업시간까지 이어졌다”고 썼다. 그녀는 “아무리 해봐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퇴소할까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툭 하면 교무실을 찾아가 선생님께 투정부렸고 다행히 그 때마다 따뜻하게 잡아주셨다”고 했다.

김한용 군은 “정말 많이 울었다. 서럽고 화가 났다. 계속 상승하던 점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던 4월부터였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결국 변한 게 없지 않나’ 등등의 불안 속에 울고 말았다 ”고 회고했다.

조용현 객원기자 jow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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