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신바람>'기름장사만으론 한계' - 정유사들 'R&M'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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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은 국내 정유사들이 저마다'R&M'란 신경영전략으로 무장한 채 맹렬히 뛰고 있다.

R&M이란 석유정제(Refining)와 마케팅(Marketing)의 영문 첫 글자를 합친 합성어.정유사들은 원래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등 석유류제품만 생산.판매해도 보란듯이 장사가 됐다.그러나 이젠'기존 경영방식(R)'에서 벗어나'새로운 부대사업이나 소비자 구미에 맞는 마케팅전략(M)'을 구사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특히 올부터 시행되고 있는 휘발유가격 자유화 영향으로 정유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제사업보다 마케팅에 더 비중을 두는 양상이다.정부가 석유류가격을 통제하고 주유소 설립도 허가제로 묶어뒀던 시절에는 정유사들이 석유류 제품만 잘 만들어 제때 공급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당장 99년부터 석유류 유통시장이 개방되면 선진마케팅 노하우로 무장한 다국적 석유 메이저들이 입성하게 된다.당연히 그들과 싸우기 위해선 운동화 끈을 졸라매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최근 석유류 판매대리점을 합병하고 주유소 편의점사업 확대에 나서는 배경도 경쟁력있는 석유류유통망을 갖추자는 뜻이다.중복되는 판매조직을 정비하거나 주유소 소사장제를 확대해 주유소마다 독립적인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정유회사들은 기름이외의 사업인'유외(油外)사업'비중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편의점.경정비센터.손해보험대리점등이 그것.정유사들은 각기 규모는 다르지만 전국에 걸쳐 1천~3천여곳의 주유소 유통망을 갖춰 다양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하지만 그동안 석유류정제와 판매에만 급급한 나머지 마케팅에는 등한시했던 것. 유공이 95년말 마케팅개발원을 설립해 도시가스와 주유소판매모델 연구를 시작하면서 정유업계의 마케팅연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LG정유는 지난해 9월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주유소편의점인'LG스타'1호점을 개설하면서 편의점사업을 전략사업으로 내세웠고,쌍용정유.현대정유도 각각 농산물유통점.골프연습장등의 주유소 부대사업을 확충하고 있다.정유회사는 더이상 원유만을 정제.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점차 복합 마케팅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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