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인이 한 정치인에 이렇게 큰 기대 거는 건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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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언론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식을 방송·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것은 물론 5~6개 면에 걸친 특집기사로 다뤘다. 미 ABC방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흑인 육상선수인 제시 오언스가 4개의 금메달을 딴 순간이나 47년 재키 로빈슨이 흑인 야구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때보다 흑인사회가 더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의 앞날에 대해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오바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취임했다”며 “당장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 중동 전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치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선 오바마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은 여건인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와 ABC방송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는 80%였다. 게다가 여당인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고, 2년간 825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까지 손에 쥐고 출범하는 대통령이 된다고 WP·뉴욕 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유럽=유럽 언론도 오바마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날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전 세계인이 이만큼 기대를 건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에 관심을 표현했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19일 20면에 걸친 특집기사를 통해 워싱턴의 축제 분위기를 상세히 전했다. 이 신문은 “취임식 전부터 비행기·기차·자동차를 이용해 오바마의 팬들이 워싱턴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며 “주말에는 버스가 한꺼번에 몰려 인근 교통이 마비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는 ‘아메리칸 드림, 권력에 이르다’는 기사에서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효과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도 단기간에 수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영국 BBC방송이 17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특히 이탈리아·독일·스페인·프랑스 응답자는 80% 가까이 미국·유럽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러시아·일본에선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률이 50%를 밑돌았다.

◆중국·일본=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중동·이라크·아프가니스탄 분쟁 등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오바마가 취임하면 각국의 협력과 조화 노력이 늘어나 긴장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가 남북전쟁을 거쳐 국민 결속을 촉구한 링컨, 세계공황에서 미국 경제의 재건을 강조한 루스벨트, 국민의 국가에 대한 봉사와 의무를 요구한 케네디 전 대통령과 함께 역사에 남을 명연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외교안보 라인에 지일파(知日派)가 다수 포진한 데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NHK는 “일 정부가 세계경제와 지구온난화 등 국제적 과제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연대를 강화해 이 분야에서 양국 공동문서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워싱턴·파리=박소영·김정욱·전진배 특파원, 서울=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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