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의 앞날에 대해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오바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취임했다”며 “당장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 중동 전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치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선 오바마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은 여건인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와 ABC방송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는 80%였다. 게다가 여당인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고, 2년간 825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까지 손에 쥐고 출범하는 대통령이 된다고 WP·뉴욕 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유럽=유럽 언론도 오바마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날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전 세계인이 이만큼 기대를 건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에 관심을 표현했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19일 20면에 걸친 특집기사를 통해 워싱턴의 축제 분위기를 상세히 전했다. 이 신문은 “취임식 전부터 비행기·기차·자동차를 이용해 오바마의 팬들이 워싱턴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며 “주말에는 버스가 한꺼번에 몰려 인근 교통이 마비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는 ‘아메리칸 드림, 권력에 이르다’는 기사에서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효과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도 단기간에 수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영국 BBC방송이 17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특히 이탈리아·독일·스페인·프랑스 응답자는 80% 가까이 미국·유럽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러시아·일본에선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률이 50%를 밑돌았다.
◆중국·일본=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중동·이라크·아프가니스탄 분쟁 등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오바마가 취임하면 각국의 협력과 조화 노력이 늘어나 긴장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가 남북전쟁을 거쳐 국민 결속을 촉구한 링컨, 세계공황에서 미국 경제의 재건을 강조한 루스벨트, 국민의 국가에 대한 봉사와 의무를 요구한 케네디 전 대통령과 함께 역사에 남을 명연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외교안보 라인에 지일파(知日派)가 다수 포진한 데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NHK는 “일 정부가 세계경제와 지구온난화 등 국제적 과제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연대를 강화해 이 분야에서 양국 공동문서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워싱턴·파리=박소영·김정욱·전진배 특파원, 서울=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