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 문화교류단체 '크로스 비트 아시아' - 초대회장 강신자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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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강신자(36.사진).귀에 선 이름이다.전혀 새롭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도쿄(東京)대 법학부 출신의 재일동포 3세로서 이미 지난 89년 한국에 알려졌으니까.그해 충남도청에 한.일 공무원 교류1호로 파견됐던 남편을 따라 대전에서 2년간 살았다.

한국은 낯설었다.당시 친했던 대학생들이 인생을 바꿀만한 체험을 제공했다.“홍콩영화를 자주 보러다녔습니다.일본에서 보지 못한거라 재미있더라구요.”홍콩배우들은 대개 가수겸업이다.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젊은이들을 보며 생각했다.“언어가 달라도 세계관이 비슷한 동아시아인들끼리는 대중음악을 통해 더욱 친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 돌아간후“재미있는 것을 공유하자”며 단골카페에 한국음악을 틀게 했고 곧 FM방송 DJ를 맡아 직접 소개하기에 이르렀다.뜻맞는 사람이 모이자'크로스 비트 아시아'를 만들어 문화교류활동의 아이디어를 찾아 나섰다.이상은.강산에등 한국가수를 일본에 소개했고 문득 한.일 문화의 가운데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에서 태어난 그녀는 자연스럽게 일본문화권의 한 시민으로 성장했다.하지만 대학졸업후 광고회사를 다니며 부닥친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나는 한국인”이라는 그녀의 자각은'가장 보통의 재일 한국인'이라는 글에 담겼고 86년 제2회'아사히 저널'논픽션상을 받았다.요즘은 한국 대중가요사를 쓸 요량으로 자료수집을 하고있다.'트로트는 왜식이다''엔카는 원래 한국 것이다'는 끊이지 않는 논쟁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양국 대중가요가 문화교류의 산 증인임을 보여준다는게 그녀의 생각이다.

한국 체험을'나의 월경(越境)레슨-한국편'이란 책에 담고 재미교포인 미국 LA타임스 논설위원 코니 강의 자서전을 일본어로 번역한후 그녀는 더 이상 한국이름 강신자로만 불러주기를 고집하지 않는다.“일본말인 교오 노부코(姜信子),스스로 지은 서양이름 프란시스.앨리스등 여러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고싶습니다.”지역별로 나뉜 문화가 아닌,서로 융합된 미래문화가 창조될때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희망은 아름답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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