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과서 재미없고 어려워 - 교육개발원, 미국.일본.영국등 6개국과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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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골지체는 소포체가 변해 이루어진 구조물이며 막으로 된 여러 개의 원반 모양 주머니가 포개어진 구조로 돼 있다.조면 소포체의 리보솜에서 합성돼 소포체의 내강으로 들어간 단백질중 골지체는 세포밖으로 분비할 단백질을 모아 골지주머니로 포장한 다음 엑소시트시스 과정을 거쳐 분비한다”(고등학교 생물Ⅱ,K출판사 29~30쪽). 생물교과서의'생물의 특성'중 골지체 개념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부분이다.불과 2백자 미만의 짧은 글에'침샘세포''젖샘세포''소포체''구조물''조명소포체''리보솜''내강''골지주머니''엑소시트시스'등 어려운 개념과 단어들이 가득하다.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암기도 잘 안되게끔 쓰여진 책.학생들에게 힘들다는 느낌과 상당한 학습 부담만 주고 흥미를 잃게 만드는 책.이것이 바로 학교에서'경전(經典)'처럼 사용되는 교과서의 실체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미국.일본.영국등 6개국 초.중등학교 교과서(국어.사회.과학.수학)의 외형.내용체제.구성방식.문체.화보 사용방식등을 비교 분석했다.

'교과서 국제비교'의 연구책임을 맡았던 덕성여대 이용숙(李容淑)교수는“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하나의 뼈대나 기억을 도와줄만한 흥미 있는 내용의 살도 없이 어렵고 무미건조한 어휘나 개념으로 압축,나열한채 무조건 암기를 강요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것이 우리나라 교과서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중등학교 사회.과학교과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등학교 국사교과서(상)의 경우 제Ⅱ단원'선사문화와 국가의 형성'가운데'인류의 기원'(14~15쪽)도 불과 지면 반쪽에'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외워야 할 수십가지 전문용어와 사실들을 담고 있다.사례와 배경에 관한 내용이 전혀 제시되지 않아 이해와 암기를 어렵게 할 뿐이다.

또 고교국어와 문학교과서도 단어의 뜻이나 문장해설등을 암기하도록 구성돼 있다.

그나마 실린 문학작품들마저 어휘나 문체가 현대문과는 다른 60년대초

이전에 집필된 것이 대부분인데다 함께 실린 설명문이나

논설문들도'일반적인 인문.사회계열 학술서적보다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다.그 이유는 학년당 다뤄야 할 주제 수가 외국보다 2~3배 정도 더 많은

반면 교육부의 교과서 외형체제 규정은 사용할 수 있는 단어 수를 외국의

2분의1~6분의1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결국 주요 내용만을 한정된 단어로

피상적(초등)이거나 압축적(중등)으로 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96학년도부터 시작된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참고서가 필요없는 교과서'를 만든다고 했으나 실제는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李교수는 지적한다.

국어교과서의 경우 교과서 본문 밑에 참고서에 실린 작품해설과 중요

어구.문장해설을 옮겨다놓은 정도다.그조차도 불완전해 수업 때마다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의 보충설명을 페이지마다 빽빽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李교수는“이런 교과서는 학생들이 자습하기에도 어렵게 구성돼 있어

참고서에 의존하거나 과외나 학원수강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이같은 교과서 체제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교과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판형을 키우고

여백을 줄이며 활자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교과서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李교수는 주장한다.

또 ▶교과서에서 다루는 주제의 수를 줄이고▶교과서에 사용되는 문체를

다양화하고▶국어교과서에서는 현대문의 비중을 높이고 되도록 작품 전체를

게재해야 한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사진설명>

교과서 내용이 주제는 많고 어려운 개념이나 어휘등으로 구성.기술돼 암기식

학습을 조장하고 학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사진은 서울

숭문고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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