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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당당하게 만드는 수업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09년 1월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다. 교사 100여명과 함께 한 이 자리에서 교수는 수업 시작과 함께 이런 질문을 던졌다.

교수-"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손을 들어보세요"

나 역시 몇 명의 교사가 손을 들었을지 궁금했다. 둘러보니 실제로 손을 든 교사는 한 두명정도였다. 이후 교수의 질문은 이어졌다.

교수-"똑같은 질문을 학부모들에게 물어보았을 때는 몇 명이나 손을 들었을 것 같나요?"
교사-"…"
교수-"학부모들은 거의 다 손을 들었습니다"
교사-"…"
교수-"교사들은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학부모들은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이다. 학부모들이 교사집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학원 강사들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나 떠들고 있다. 사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은 사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적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교사를 이렇게 당당하게 하는 것일까? (가장 많은 사교육교과인 수학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1. 교사의 수업은 개념형성학습과 발견학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각형의 넓이 내는 공식(밑변×높이÷2)'을 알려준 후 크기가 다른 여러 가지 삼각형의 넓이를 구해보는 것은 연역적 방법이다. 이 연역적 방법은 결론을 교사가 먼저 알고 증명해 보이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가르치면 빠른 시간안에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면서 공식을 자연스레 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이와 반대인 귀납적 학습 지도 방법을 적용한다.
귀납적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이 있지만 학문하는 방법, 원리를 발견하는 방법, 창의성을 길러주는 방법을 아동이 직접경험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 귀납적 방법을 적용하는 수업모형에는 개념형성학습과 발견학습이 있는데 발견학습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의 수업단계를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수업을 한 학생들은 새로운 사실이나 현상, 원리 등을 발견할 때 예상을 세워 관찰과 실험을 통해 알아내는 방법을 경험하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 이후에도 지식을 아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지식을 얻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목적을 두게 된다. 간단히 말해 공식을 외우게 한 후 문제를 정확히 푸는 학생을 기르기 보다 왜 이런 공식이 탄생했는지 증명할 수 있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특별한 사고없이 학원에서 공식을 사용하는 5단계 반복 학습에 익숙해져 있고 이미 한참 선행된 상태에서 학교에 오기 때문에 더 이상 1-3단계에 대한 고민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지 않는 몇몇 아이들이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2. 교사들은 확산적 사고를 유도하는 발문을 한다.
지식을 얻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경험하게 한다는 것은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준다는 것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념을 설명해서 가르치지 말고 아이들의 사고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적절한 발문이 꼭 필요하다. 교실에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확산적 사고를 유도하는 발문에 대한 교사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선생님 돌멩이가 자라요?""선생님 돌멩이가 자라요?""자라지 않는단다""돌멩이가 자라는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자라는 것은 늘어나니까 지금 키를 재어놨다가 확인해보며 되요"
"난 키가 안커도 몸무게가 늘어나고 있다고 나처럼 자랄수도 있잖아?"
"그럼 돌의 길이도 재고 몸무게도 재볼까?"
"그래보렴. 기록표를 만들어줄께"

3.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는 교육 방법과 평가 방법을 준비해왔다.
교육과정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수학과의 경우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다음은 7차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 교과서에 나온 문제로서 더 이상 이전의 공식을 가지고 문제의 답을 빠른 속도로 맞추는 교육방식으로는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형태1] 21÷3은 얼마입니까?
[형태2] 21÷3은 얼마인지 계산 과정을 쓰시오.
[형태3] 21÷3=7의 몫은 7입니다. 왜 21÷3=7인지 서로 다른 3가지 방법으로 서술하시오.

[형태3]은 <2009학년도 개정판 3학년 수학교과서>에 수록된 문제이다. 단답형에서 과정 중심 원리 중심으로 수학교육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고 교사는 그 중심에 서 있다. 모든 평가에서 개념, 원리, 법칙에 기초한 다양한 풀이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푸는 속도가 아닌 사고력을 중심으로 한 수업이 일반화되어 결국 우리 학생들의 창의력은 길러질 것이다.

- 527과 394의 합은 921입니다. 왜 527+394=921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서술하시오.
- 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 ̊라는 성질을 가르친다고 생각합니까?

2008년도만 해도 수학교과서의 문제는 '21÷3=□의 □안에 알맞은 수를 넣으시오'였다.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구구단만 외우면 풀 수 있었던 학생들이 앞으로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수학교육은 점차 제 자리를 찾을 것이며 늦어도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4. 교사들은 교과를 통합해서 가르친다.
수학 시간에 수학만 가르치는 것은 통합적인 사고력를 기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를 통합해서 가르치는데 예를 들자면 5학년 도형의 규칙적인 이동(옮기기, 뒤짚기)을 가르칠 때 미술의 테셀레이션을 이용한다거나 과학시간에 만든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수학의 속도를 측정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연계교육이 교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미술을 배우면서 수학을 배우기도 하고 국어를 배우면서 과학을 배우기도 한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갖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자신감과 공교육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몇 가지 적어보았다. 교사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수업방법이지만 학부모들은 모르고 있으며 아이들은 기본개념을 중시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해있다. 기본을 무시하고 가르치지 않는 교육이 있어왔다면 앞으로는 학원과 학습지가 문제풀이만을 반복하는 것이 의미 없어질 것이다.

지금의 젊은 교사들은 경제의 불황으로 그 누구보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명문대가 아닌 교대에 진학한 똑똑한 교사들이며 이들이 여러분의 자녀를 맡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우수한 교사를 만나게 된 것이 이 시대의 행운일 수 있음을 명심하고 내 자녀의 담임교사를 적극 활용하고 여러분의 자녀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수업을 믿어보자.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