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지도>51. 모던 록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모던 록'이란 메탈이나 펑크.올터너티브등 기존의 전통적인 록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흐름의 록.단순하고 세련된 느낌이 특징이다.그러나 말 그대로'요즘 유행하는 록'을 의미할 수도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혼란을 주는 게 사실.

대 중음악에 있어 록은 기간산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음악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악기와 녹음기재의 발전을 도모하고 음악계 인재를

양성해내는 인큐베이터 구실까지 한다.

또 수많은 대중음악 장르들이 록을 근간으로 파생됐음은 주지의 사실.록의

발원지는 비록 영국과 미국이지만 나라마다 자국 특유의 록음악이 발전되지

않고서는 건강한 대중음악계가 존재할 수 없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한다.록음악이 활성화된 때는 반드시 걸출한 스타들이 등장했으며

록음악이 부실하게 흐를 때는 지극히 나약한 모습의 가수들이 뒤를 잇는다.

록의 강국인 영국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레드 제플린이라는 세계적

록밴드를 배출한 나라답게 이후 무수히 많은 스타들을 쏟아내며 음반상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다국적 음반사를 키워내 엄청난 국부를 쌓고 있다.

미국 역시 많은 록의 영웅들을 배출하며 영화 다음으로 많은 수출액을

자랑하고 있다.그러나 록은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소홀한 대상이었다.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록이 음악의 기간산업 구실을 못하고 비주류의 늪에서

헤매는 이유를 알아본다면 록을 살릴 대안도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록이 국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첫째 이유로 TV중심의 대중문화를 꼽을 수

있다.시청자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방송사는 소위'그림이 되는'댄스형

가수들만 고집하고 있고 록밴드처럼 그림이'썰렁한'가수는 기피하기

때문이다.또 방송사들의 녹화스튜디오는 록밴드의 라이브 연주엔 적합하지

않아 연주자들이 반주테이프를 틀어놓고 흉내만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둘째,클럽문화가 일천하다는 점이다.영.미는 물론 일본까지도 라이브 클럽이

두텁게 형성돼 록밴드들이 착실히 실력을 다지고 연명할 수 있는 양성소

역할을 한다.어느 클럽에서 무슨 밴드가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 자연스럽게

음반산업과도 연결된다.반대로 우리는 겨우 몇군데 클럽말고는 언더

록밴드들이 연주할 곳이 마땅치 않다.그나마 클럽연주 자체가 합법이 아니란

점도 쉽게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다.

셋째,록을 하는 당사자의 태도다.무조건 외국유행을 따르려 하거나 지나치게

테크닉만 추구하는 경향이 문제다.유명밴드의 곡을 열심히 복사해

연주하다보면 어느새 그것이 그 밴드의 캐릭터가 돼버리나 이미 유행은

저만큼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넷째,음반기획자의 얄팍한 상혼이다.솔로가수 하나 잘 키우면 비용도

절감되고 수익도 많은데 굳이 여럿 데리고 악기까지 짊어져야 하는 록밴드를

택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내 록밴드들이 패션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세대는 끊임없이 바뀌고 그에 따라 음악을 듣는 귀도

자연히 변하게 마련이다.국내 밴드들은 대개 하드 록.헤비메탈.올터너티브등

전통적 장르의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다.이들 장르도 훌륭한 음악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이들 장르에만 머무른다면 가장 커다란 음반 수요자층인

젊은층을 놓칠 우려가 크다.

록음악은 약한 스탠더드 록을 대체해 하드 록이 나왔고 여기에 더 빠르고

극한 고음을 강조한 헤비메탈이 뒤를 따랐으며 이후 LA지역을 중심으로 한

LA메탈,메탈리카를 축으로 한 슬래시메탈,너바나와 펄잼이 주도한

올터너티브,70년대 펑크를 90년대풍으로 재창조한 네오 펑크등 수없이 많은

형태로 록의 발전이 이뤄져왔다.

더욱이 이들은 내부적으로 끝없는 자기변신을 꾀하고 있다.80년대 초반

지극히 강력한 사운드로 슬래시메탈 장르를 창조한 메탈리카는 최근 대중성

높은 사운드를 구사해 커다란 변화를 보였다.또 80년대말 LA메탈을 주도한

머틀리 크루와'해골'마크로 유명한 자극적인 데스메탈밴드 메가데스 역시

최근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현대적 록음악으로 선회했음을

예사로이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서'현대의 록음악'이 무엇인지 짚어야 하겠다.전세계적인 유통망을 타고

국내에 들어오는 새 음반들을 모니터해보면 어떤 가닥이 거대한 조류로

형성돼 있다.일명'모던 록(Modern Rock)'이 그것인데 이는 수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공히 주류음악의 자리에 올라서

있고,하나의 문화현상이 돼버렸다.

특히 영국 신세대 사이에 크게 확산된 소위 브리티시 모던 록은 가장 좋은

본보기다.이들은 드럼과 베이스.기타 외에 컴퓨터.신시사이저등을 활용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냄으로써 신세대와 컴퓨터세대에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들은 화려함보다 단순하며 세련된 연주와 보컬형태를

선호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영국 모던 록의 대표주자는 오아시스나

블러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여성 싱어를 앞세운 록밴드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그들의 멜로디는 세련미가 넘치며

의상.헤어스타일도 최첨단을 달린다.대표적 밴드로'돈 스피크'란 곡으로

전세계적으로 1천만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운 노다우트를 들 수 있다.영국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해 주목받는 가비지 역시 여성 싱어를 앞세운

점에서 동일한데 노다우트보다 더욱 강한 록비트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또

이와는 완전히 딴판인데 10대 셋으로 구성된 록밴드 핸슨이 최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린'MMMBop'이란 노래도 역시 모던 록 범주에 넣을 수 있다.이외에

아일랜드 출신 크랜베리스도 2년전부터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일본의 경우 미스터 칠드런이란 모던 록 밴드가 3백만장에 달하는

음반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니 현재 전세계는 그야말로 모던 록 열풍에

싸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컨대 현대인을 휘어잡는 모던 록은 낙후된 국내 록계를 살릴 하나의

중요한 대안이라 보여진다.아직 국내엔 음악인들조차 모던 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우선은 외국의 모던 록에 귀를 기울여 들어봐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던 록을 국내실정에 맞게 현대화하는 것이다.모던 록에 걸맞은 깔끔한

무대의상과 컴퓨터음악등의 필수요건을 갖추고 신세대들의 문화적 기호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80년대초 조용필이 그때까지 트로트 일색이던 가요계를 팝으로 전환시킨

것이나 90년대초 서태지가 랩으로 신세대 음악패션을 주도한 것처럼 이제는

모던 록에서 세기말의 음악혁명과 영웅들이 태동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효영(팝칼럼니스트)

<사진설명>

마돈나를 닮은 여성 싱어 그웬 스테파니를 앞세워 경쾌한 스카 팝으로 세계를

정복한 노다우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