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치안도 임기말 현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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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사태와 김현철(金賢哲)씨 사건,대선자금 문제등으로 사회 전체가 어수선한 가운데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아 치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제주도로 신혼여행갔던 부부가 호텔직원을 가장한 범인에게 17시간이나 감금당한채 금품을 털리는가 하면,유명 식품회사를 상대로 한 독극물 협박사건이 발생했다.또 아파트 우유투입구를 통해 특수장비를 넣어 문을 여는 신종 절도사건이 잇따르고,지폐와 수표 복사범죄도 며칠 간격으로 벌어지고 있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지능적이고 대담한 수법의 범죄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비웃기나 하듯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그런데도 경찰의 대응력은 무력한 듯하니 걱정스러운 일이다.이한영(李韓永)씨 피살사건과 부산 탈옥수사건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치고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고 일반사건도 해결이 발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렇지 않아도 정치와 경제 난국에 국민은 짜증스럽고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여기에 치안불안마저 가중된다면 민생이 어떤 처지에 이를지는 뻔한 일이다.

경찰의 내부 모습도 크게 걱정스럽다.서울의 한 경찰서에서는 무허가 영업을 묵인하는 대가로 간부직원 등이 오락실 업주로부터 뇌물을 챙기다 적발됐다.또 광주에서는 파출소 순경이 10대 소녀를 고용해 윤락을 알선해오다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은 국가의 신경과 같은 조직이라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일선 경찰의 부조리는 우리 신체의 신경이 마비되는 것과 같은 셈이다.

경찰 수뇌부는 흐트러진 경찰조직의 기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경찰관의 자질문제는 90년대초 범죄와의 전쟁 이후 경찰인력이 크게 늘어나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그런 조직에 기강마저 흔들린다면 임기말 공권력 행사에 적지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와함께 경찰력 운영이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요즘 음주단속등 교통질서 유지에 많은 경찰력이 동원되는 것을 볼 수 있다.경찰 내부에서도 이같은 교통단속에 방범인력을 빼앗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각종 범죄가 빈발하고 선거정국을 앞둔 시점에서 너무 한가한 시책이 아닌가 싶다.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전환기의 사회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치안당국에 요구되는 우선과제라는 점을 경찰 수뇌부는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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