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 여당 참패] 한나라 박근혜 체제 '탄탄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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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이팅!" "한나라당 파이팅!"

6일 오전 10시40분쯤 국립현충원에서 때 아닌 환호성이 터졌다. 제49회 현충일 추념식이 끝난 뒤 순국 선열과 호국 영령 묘역을 참배하러 나선 박근혜 대표를 보고 몰려든 전몰 군경 유족 등이 외친 소리다.

일부 참배객은 박 대표의 손을 잡고 "정말로 수고했다"며 6.5 재.보선 승리를 축하했다. 박 대표는 참배객들이 계속 몰려들자 서둘러 현충원을 빠져나왔다. "추모식장이 소란스러워질까봐 그랬다"(수행한 당 관계자)는 것이다.

박 대표는 5일 밤 국회 대표실에서 재.보선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한나라당 완승이 확실해지자 그는 당직자들에게 "정말 기쁘다. 모두 너무 고생이 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재.보선 압승으로 박 대표 체제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부 비주류 의원도 이젠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들은 재.보선 기간 중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데 박 대표가 너무 소극적이다"거나 "당을 야당답지 못하게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강야(强野)론'은 당분간 설 자리를 잃을 것 같다. '여당 발목 잡기'에 치중하지 않고 가능한 한 대결과 투쟁을 피하려는 '박 대표식 정치'가 이번 선거에서 평가받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 대표가 그동안 정치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 새로운 야당상을 형성하려고 애쓴다는 것을 당내의 다수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기간 중 혼자서 선거 현장을 누비다시피했다. 열린우리당의 '영남 올인 공세'를 막아낸 것도 박 대표의 공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따라서 7월 4일께 실시될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는 무난하게 대표로 재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경선에 나갈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당내에선 "박근혜 체제가 계속돼야 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박 대표는 차기 대권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당내 위상이 강화된 데다 대중적 지지도 또한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에게 부담이 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가 대권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상황에서 여권이 집중적으로 흠집 내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박 대표가 앞으로 여권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선 한나라당을 더 개조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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