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마에 실은 시첩' 시집 출간한 서상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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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버지는 선산군수/주말 아버지…젊디 젊던 아버지/이제 진짜 영감이라/…못 다한 정/시첩에 담아/꽃가마에 던져 줌세”. 막내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읊은 것이다.지난 3월말 일주교역 대표 서상은(徐相殷.61)씨 세자녀중 막내 외동딸의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에게 이같은 시구가 적힌 徐씨의 시집을 답례품으로 받았다.'꽃가마에 실은 시첩'(도서출판 대일). 徐씨는 경북선산.달성.영일군수와 구미시장을 지내고 92년 퇴직,대구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공직생활로 객지를 떠돌다 보니 마음과 달리 딸에게 서운하게 한게 많았어요.가슴에 묻어둔 못다한 사연을 시로 옮겨보았습니다.”徐씨는 결혼식 전날 밤 딸에게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보라”며 이 시집을 주었다.딸은 그날 밤 주름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엉엉 소리내 울어버렸다.

徐씨가 시집을 생각한 것은 딸의 결혼 날짜가 잡힌 지난해 10월.그동안 틈틈이 써온 시들을 정리했다.서양화 교수인 부인 조옥선(趙玉仙.58)씨가 표지에 꽃가마를 그렸다.이 시집에는 환갑을 넘긴 늙은 아버지의 가슴 속에 쌓아둔 사랑이야기가 가득하다.고향 이야기,개구쟁이 유년시절,직장 생활,손자 이야기등.1백28편의 시가 실려 있다.

“푸짐한 신혼살림보다 못다한 부정(父情)과 정성이 담긴 시집이 더 값지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하지만 시집을 딸려보냈어도 마음이 허전하기는 마찬가지군요.” 대구=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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